케첩맨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케첩이 맨으로 돌아왔다….. 책 표지를 처음 보고, 책을 처음 만났을 땐 유쾌하고 재미있는 상상의 세계를 다룬 책인 줄 알았다. 당연히 우리딸 초1학년 지현양도 케첩병에 팔, 다리가 달리고 토마토를 고르고 있는 모습이 웃겨서인지 금방 책 표지를 살펴보고는 책장을 바로 넘기고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금방 책을 1권 다 읽고 난 후 딸의 반응은 조금은 어색하고 ,재밌다 라는 표현을 조금 미룬채, 케첩맨이 이상해…라는 멘트를 남긴채 재미있는 책 속 그림과 장면, 사람들의 표정만을 다시 한 번 더 훑어보고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아마도 케첩맨과의 첫만남은 딸의 반응이 옳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초등1학년이 케첩맨의 담긴 메시지를 바로 이해하기엔 조금은 철학적이고 좀더 크고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오히려 어른인 나에게 더 와 닿을 수 있는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라고 하면 더 좋을 듯 하다. 또는 두 아이를 육아하고 있는 엄마이면서 초등교사를 직업으로 둔 나에게 많은 아이들에게 어떤 꿈을 꾸고 어떻게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조력하고 이끌어 주면 좋을지를 고민하는 선생님이라면 꼭 한번 읽어 봐야할 성장동화라고 하면 좋겠다.
책의 첫 페이지는 케첩맨을 소개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케첩맨이 주인공이고 처음으로 등장하지만 그의 얼굴 표정과 눈, 코, 입 생김새나 성격, 개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케첩맨 이름과 케첩이 튀어나오는 몸통을 가졌다고만 할 뿐, 케첩맨이 잘하는 장점이나 특기는 소개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와서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소개된다. 베란다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얼굴표정 하나 없이도 왜인지 힘없이 쓸쓸해 보이기만 하다.
그러다 갑자기 케첩을 즐겨 찾는 토마토 머리의 토메이토 박사님을 만나게 되고, 우연히 케첩맨의 케첩을 직접 맛본 후 박사님의 머리가 터져 동네 사람들이 케첩의 홍수에 빠지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온 동네에 케첩 홍수가 나고 사람들이 케첩을 좋아하면서 케첩이 인기를 끌었지만
여전히 케첩맨의 일상은 달라진게 없다.
케첩이 인기를 받으면서 케첩맨의 생활과 모습도 하루 아침에 바뀔 것 같은 반전은 일어나지 않고 그리 달라지지도 않았다. 이 장면에서 조금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세상의 변화나 사람들의 큰 움직임에도 케첩맨의 하루는 그리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 아주 작은 소소한 케첩맨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큰 변화을 겪은 우리의 케첩맨에게도 아주 잔잔한 미풍이 불어왔다. 지친 채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지만 바람소리를 느낄 만한 여유를 가지게 되고 오랜만에 미소를 지으며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건, 우리 케첩맨에게도 조금은 여유가 보이고 꿈꿀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은 아닐까? 반쯤 채워져 있는 케첩맨의 몸통이 희망과 꿈으로 가득 채워 지길 기대해 본다.
케첩맨을 만나고 나서 다시 나의 고민이 시작된 것 같다. 늘 마음속 한켠에 숙제처럼 가지고 있는 듯한 생각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꿈을 꾸게 하고 , 어떻게 꿈을 이루어 가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자극해 줄 수 있을까?
케첩맨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케첩을 팔아 보도록 권해 보아도 주인에 의해 바로 묵살 당한 채 케첩인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일인 감자를 튀기는 일에 고군분투한다. 꿈이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펼치지 못한채. 아마도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이루고 싶고, 해보고 싶은 일들을 꿈을 꾸지만 자라면서 고정관념에, 어른들의 눈높이에, 꽉 짜여진 틀어 밖힌 제도 속에서 자신들의 꿈이 좌절되기도 하고 받아들여 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지라도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웃으며 노력하고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엄마인 내가, 교사인 내가 좀더 아이들에게 유연하고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할 것 같다.
** 본 서평은 연못지기 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독서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