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표지의 그림에서 무언가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표지 그림을 보면, 빅벤, 그러니까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북쪽에 자리한 시계탑과 시계탑 안에 있는 괘종시계의 큰 종을 부르는 말이라는 ‘빅벤’에서 온갖 이야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을 펼쳐들면 눈앞에 이 모든 것이 반짝이며 좌르륵 쏟아져내릴 것만 같다. 어린이들에게 환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초대장 같은 그림이다.
게다가 표지에 보면 ‘영국 판타지의 계보를 잇는다!’, ‘Altitude Films 영화 제작 예정’, 게다가 전 세계 17개국에서 전격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일단 ‘직접 읽어서 어떤지 확인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 시간이 멈춰버린 곳, 영원한 밤의 세상이 존재한다면? (책 띠지 중에서)
그 상상 속으로 훅 들어가는 시간을 보낸다.
자정의 쇠 추가 열두 시를 알렸다.
연인들은 잠자리에 들라,
이제 요정들의 시간이니.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 1막 1장
(7쪽)
이 말부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현실을 깨고 무언가 환상의 세계가 펼쳐질 거라는 기대감이 생기니 말이다. 이 책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궁금해하며 읽어나가게 되었다.
편지 한 통이 계기가 되었다. 한밤중 배달된 수상한 편지다. 배달도 이상하고, 보낸 사람 이름도 없고, 게다가 팻이 와달라고 했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에밀리의 아빠가 말했지만, 결국 에밀리의 엄마는 가기로 했고, 그렇게 에밀리의 엄마 아빠는 사라지고 말았다. 어떡하지. 하지만 우리의 용감한 소녀 에밀리의 모험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에밀리는 한밤중 배달된 편지와 함께 사라진 엄마 아빠를 찾아 밤거리로 나선다.
아빠가 일하는 밤 우체국에 도착하자 자정을 알리는 빅벤의 종소리가 들려오고, 에밀리는 영원히 밤이 지속되는 곳, 빅토리아 시대의 모습 그대로 시간이 얼어붙은 세상으로 끌려 들어가는데…….
늘 칠흑같이 어두운 자정에 갇힌 세상 속, 굶주린 밤의 주민들을 피해 납치된 엄마 아빠를 구하러 나선 용감한 소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런 이야기 좋아한다. 상상의 세계에 푹 빠져들도록 하는 꿈과 모험의 이야기 말이다. 아마 어린이들도 이런 유의 책을 좋아할 것이다. 해리포터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쉽게 읽어나갈 수 있을 듯하다. 읽다 보니 영화 제작 예정이라는 점이 이해가 간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 보아도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데, 벌써 발 빠른 제작자들이 한발 앞서서 영화화했을 것이다. 그럴 만한 소설이다.
“정각 열두 시, 큰 종이 울리는 동안에만 자정의 세상으로 드나들 수 있어. 그러려면 여기 안쪽과 저기 바깥쪽 모두로 난 문이 필요해. 열쇠가 필요할 때도 많지.” (86쪽)
이런 상상을 하고 글을 써낸 그 능력이 부럽다. 밋밋한 일상에 톡 쏘는 탄산음료 같은 소설이다.
이 책은 전 세계 현대 어린이 문학의 명작을 모은 비룡소 걸작선 59권 『미드나잇 아워 1』이다. 아쉽지만 아직 2권과 3권은 출간되지 않은 상태이다. 속도감 있게 몰아치다가 살짝 입맛만 다신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다음 권이 출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