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원더랜드 대모험』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

  • 일시 : 2012년 11월 20일(화) 오전 11시
  • 장소 : 프레스센터 19층 국화실

2012년 11월 20일(화) 오전 11시, 광화문 프레스센터 19층 국화실에서 제6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원더랜드 대모험』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원더랜드 대모험』을 쓰신 이진 작가님입니다.

 

Q : 심장 재단도 실제 이순자 여사가 만든 것이었고 소설 속 디테일들이 상당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요, 82년생으로서 어떻게 이런 소재로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요?

이진 작가(이하 ‘이’) : 배경으로 삼은 게 89년에서 90년 정도이고, 저는 80년대 초반 생이죠. 그 당시 기억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어렴풋한 이미지들이 남아 있거든요. 일단 이런 내용을 쓰겠다고 결정한 다음엔 자료 조사를 열심히 했어요. 주요 일간지나 잡지 기사, 도서관에서 논문을 찾았고요, 실제 모델인 놀이공원이 지어질 당시의 지면 광고나 그곳에서 발행하는 사보도 많이 보아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승협이가 74년생이라 주변에 계시는 그 나이대 분들에게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Q : 학창시절에는 만화가를 꿈꾸다 대학 대는 미술과 영화를 공부하고 지금은 글을 쓰게 되었는데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이 : 이력을 보면 다양한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었고, 그 맥락을 지켜왔다고 생각해요.


Q : 디자인을 공부하시다 보면 공간에 대한 감각이 있으실 텐데 소설을 쓸 때 연결이 되었는지?

이 : 네, 아무래도 공간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서울이란 공간에서 영감을 얻어 쓰게 되었어요. 서울이란 공간이 어떻게 이렇게 단절된 두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하며 쓰게 되었지요. 서울은 건물의 수명이 채 20년이 되지 않아요. 공간의 연속성과 단절에 대해 고민하다 원더랜드라는 테마파크를 배경으로 두고 쓰게 되었어요.

 

Q : 놀이기구 타는 건 좋아하세요?

이 : 네, 실제 모델이 된 L랜드도 그렇고 놀이기구를 좋아해서, 인물들이 놀이기구를 타는 감각에 대해서도 즐겁게 묘사하며 쓸 수 있었어요. 성인이 되어서도 놀이공원에 계속 갔었거든요.

 

Q : 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요?

이 : 예전부터 성장소설에 관심이 많았고, 제가 어른답게 살아오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인지, 주변 환경과 계속 맞부딪치며 살아가는 10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 같습니다.

 

Q : 심장재단 이야기는 어디서 알게 되었나요?

이 : 주인공 승협의 여동생이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데, 저도 어릴 적에 똑같은 병이 있었어요. 85년도인 3살 때 수술을 해서 완치를 했는데, 그 당시 심장재단에 대한 이야기도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저희 어머니도 그때 편지를 보내신 건지 쓰시려다 마신 건지 편지가 아직 집에 남아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자연스레 관심이 생겨, 자료를 더 찾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당시에 심장재단이 어용 재단으로 이용되기도 했고, 후원하는 방식에서 부조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 심장재단에 대해 일간지나 기사 자료는 많이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던 차에 개인이 쓴  수기집을 읽게 되었어요. 자신의 딸을 심장 수술을 시키는 과정을 쓴 책인데 심장 재단의 후원을 받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고발 형식으로 쓴 책이었어요. 그 책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Q : 청소년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80년대를 배경으로 삼으셨나요?

이 : 이 이야기가 제 세대나 현재 기성세대에게는 별로 옛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9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80년대가 까마득한 과거로 느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요즘 아이들을 과거로 연결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역사적인 걸 알려 주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환상을 품고 있던 것에 대한 실제가 직접 겪어 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오히려 대상을 부풀려서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것이 될 수 없으니 두려움을 가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Q : 현재 본인의 세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 : 여기에 나오는 승협처럼 보이지 않는 허상에 대해 집착하는 세대인 거 같아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걱정,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세대라고 생각해요. 그런 두려움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서도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세대 같아요. 그 시선이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나 정치적인 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요. 옳다 그르다보다 미래에 확신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집중하는 세대인 거 같아요.

 

Q : 주인공이 끝내 상품으로 비싼 것이 아니라 그냥 백과사전과 풍선을 가져오는데 너무 낭만적인 해피엔딩이 아닌지? 현실과 타협하는 쉬운 결말이 아닌지?

이 : 승협이가 마지막에 별것 없다는 말을 하는데 세상만사가 별것 없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추구했던 이상이 별것 없다는 걸 깨닫는 거라도 생각해요. 승협은 동생에게 약간 부채 의식이 있어요. 동생에게 피해 의식이 있기도 하고, 동생에게 못되게 굴기도 하거든요. 대단한 상품이 나닌 백과사전하고 풍선을 가져오는 건 승협의 마음과 입장에서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현실과 타협하는 해결이라기보다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쓴 거예요.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이나 당시 사회 상황이나 결국은 당장 해결이 안 되는 것이거든요.

 

 

Q : 문장과 문체를 보면 상당히 습작을 거친 티가 납니다. 프롤로그에 시위 장면도 실감나게 쓰여 있는데요, 어떤 과정에서 나온 결과인가요?

이 : 소설 습작을 시작한 건 중학교 때였던 거 같아요. 장편소설은 대학 때부터 습작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꾸준히 쓰기 시작한 게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거의 경험이 없지만, 초등학교 때 길거리에서 본 기억이 나요. 하늘 위로 뭔가 휙 지나가며 폭죽처럼 터지는 장면이요. 실제 뉴스나 다큐멘터리나 영화에서 본 게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집회 현장에 참여해 본 경험도 도움이 되었고요.

 

Q : 지금 청소년들에게 이 책이 과연 읽힐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옛날 이야기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이 : 청소년보다는 부모님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쓰는 와중에도 90년대 아이들에게 이 소설이 잘 읽힐 수 있을지 고민했고요. 아이들은 일단 재미가 있으면 읽지 않을까 싶어요. ‘재미있다’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해 곁다리로나마 그 시대에 대한 생각들을 읽어 낼 수 있다면 좋겠어요.

 

Q : 좋아하는 성장 소설은?

이 :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낸 여러 청소년 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외국 소설 중에서는 <내 이름은 에이럼>이라는 책이 있어요.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배척을 받는 민족인데, 왈패인 십 대들이 그 속에서 일상적으로 노는 이야기를 쓴 거예요. 그 이야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현대소설도 좋아하지만 해방 이전에 나온 소설들을 사실 반복적으로 읽고 좋아했어요. 오히려 근대 소설들이 지금 현대 소설보다 더 거침없는 면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때 시대 상황에 대해 디테일한 면들을 볼 수 있어 좋아합니다.

 

Q : 서울에서 좋아하는 장소는?

이 : 중학교 때는 거의 종로에서 놀았는데요 사실 반포인 집이랑은 꽤 거리가 있었어요. 영화를 좋아해서 종로에서 예술영화 틀어 주는 곳엘 자주 갔거든요. 종로, 을지로, 명동에서 주로 놀았어요. 그때는 종로가 서울에서 제일 재밌는 곳이라 생각했어요.

지금은 명동의 한국은행 앞 사거리를 좋아해요. 마치 옛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지역들을 좋아해요.

 

Q : 옛날 서울에 대해 관심 있으신데요, 지금 살아가는 현재 배경으로 쓸 생각은 없으신지?

이 : 네, 다음 작품은 현재 시점으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요즘 이야기요. 앞으로도 십 대 청소년들, 특히 평균보다 엇나가는 아이들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원더랜드 대모험』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