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왕좌에서 내려오게 할 거라는 예언을 타고난 아이가 있다. 그녀는 비어트리스 ! 수도원에서 악마로 불리던 염소 안스웰리카의 곁에서 발견된 그녀는 자신의 이름 외에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녀는 글을 읽고 쓸 수 있었다. 왕과 고문, 수사, 가정교사 정도만 글을 알던 시대에 남자도 아닌 여자 아이가 글을 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도원은 위험을 피하고자 아이를 쫓아내고 싶어 했지만 수사 에딕은 그녀를 지켜주겠다 결심하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수사처럼 로브를 입혀 보호한다.
그녀에게는 또 다른 친구 잭 도리가 있다.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피폐하던 시절 부모를 여의고 낯선 마을에서 마주한 빕스피크 할머니의 도움으로 성장한 아이였다.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낡은 오두막에서 혼자 살지만 날쌘 몸놀림과 재치 있는 말재주 덕에 굶지 않고 따듯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비어트리스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우정을 쌓아간다.
제우스에게 아말테이아가 있었다면 비어트리스에게는 안스웰리카가가 있다. 처음 그녀가 발견된 것도 안스웰리카 옆이었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이 염소는 수도원에서 악마 염소로 불렸다. 힘이 세고 머리가 아주 단단해서 툭하면 수사들을 공중으로 날려버렸고 땅에 떨어지면 물어뜯었다. 그런데 오직 비어트리스에게는 한쪽 귀를 내어주며 최선을 다해 보호해 주었다.
비어트리스는 왕을 왕좌에서 쫓아나게 할 거라는 예언 때문에 위험에 처해있었다. 그로 인해 두 남동생과 가정교사의 죽음을 목격했고 어머니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린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왕에게 가겠다고 결정한다.
이 아름다운 동화를 읽는 내내 사랑하는 아들과 사랑하는 딸을 떠올렸다. 그리고 평소처럼 읽어보라고 권하지 않고 한 구절 한 구절 읽어주고 있다. 비어트리스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원하는 아이다. 왕을 왕좌에서 내려오게 할 거라는 예언에 갇혀있지 않고 당당히 마주하고 헤쳐나갈 용기와 지혜를 갖춘 아이다. 그럴 수 있는 힘은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배운 믿음과 글 덕분이라 생각된다. 그녀의 재능과 가능성을 믿고 무한히 성장하도록 지지해 준 어머니의 사랑. 그것이 이 작은 아이가 자신을 향한 예언에 맞설 용기와 당당함을 준 것이다. 나도 아이들이 스스로를 믿고 단단한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