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께서 많이 편찮으십니다.
그래도 할아버진 내가 병원으로 찾아갈 때마다
옛날 이야기를 거르지 않고 해 주십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 거리는 바로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입니다.
시대는 달랐지만 어쩌면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나 자신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할아버지에겐 수호천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집에서 학교로 가는 길에도,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도,
친구들하고 뛰어 놀 때도,
때론 친구와 다툴 때에도
할아버지는 항상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자신을 돌봐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셨답니다.
그러한 생각은 할아버지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답니다.
나치의 악랄한 억압과 감시 속에서도,
전쟁이 일어나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 때에도,
힘들게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할 때에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 누군가 할아버지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답니다.
어쩌면 할머니를 만나 결혼을 한 것도,
아빠를 낳았던 것도,
집을 짓고 자동차를 산 것도,
그리고 귀여운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도
그 누군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던 소중한 선물임을
할아버지는 고백하셨습니다.
할아버진 참 겸손한 분이십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다 자기가 잘나서 행복해졌다고 얘기하지만
할아버지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씀하시니까요.
그래서 할아버진 웃으며 눈을 감으실 수 있었나 봅니다.
그토록 할아버지를 아끼고 사랑하던
그 누군가의 품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면서 말입니다.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난 할아버지의 사랑을 언제나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를 보살펴 주시던 그 분은
분명히 저도 감싸 안아 주실 테니까요.
삶, 인생이라는 다소 벅찬 주제를
할아버지의 추억이라는 그릇에 담아
소박하게 아이들에게 전하고 있어
야릇한 감동이 읽을수록 더해지는
좋은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