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여자들이 좋아

연령 11~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3월 14일 | 정가 8,000원
수상/추천 쥬니버 오늘의 책 외 1건

양성평등.
여자들이 좋아하는 단어가 아닐까.
남자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지위가 강등되는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을런지…

요즘은 남자들이 ‘전업 주부’ 하는 경우가 많이 알려지고 있다.
영화도 나오고 텔레비전에서도 나오는 등의 영향을 받아 커밍아웃하는 남자들이 왕왕 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과연 어떨까.
또 그들이 드러내 놓고 ‘난 전업 주부다.’라고 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주위의 시선이 아직은 곱지 않기 때문이 아닐런지.

우리 나라에서도 남자들이 출산휴가를 쓸 수 있고 육아 휴직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글자로 존재할 뿐이다.
간혹 기자가 기사를 쓰기 위해 육아 휴직을 하는 경우는 보았다.
그러나 주위에서 육아 휴직을 한 남자는 절대로 보질 못했다.
물론 우리집 남자가 육아 휴직을 하겠다고 해도 과연 내가 받아들일까도 의문이다.
그만큼 나도 ‘사회화’가 너무 잘 되어 있다.
사회화… 이 좋은 말이 왜 꼭 이럴때 생각날까.

여자들이 직장생활을 계속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육아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는 나도 포함이 된다.
아이 때문에 일찍 나가야 할 일이 자주 생기고 혹여 아프기라도 하면 빠지기 일쑤고 이집 저집 무슨 물건 맡기듯 돌려야 하고…
돌이켜보면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엄마가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아빠가 전업 주부 생활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5학년인 아이의 시각으로 씌여진 책이다.
엄마가 직장을 다시 다니겠다고 선언하고 바로 셋째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냥 포기하고 주저 앉을 텐데 넬레의 엄마는 그렇지 않다.
결국은 출산을 하고 직장을 다니고 아빠가 모든 집안 일을 떠맡게 된다.

이 책의 본문 중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작가가 너무 정확하게 이야기 해 주는 부분이 있다.

“엄마가 직장에 다닌고 아빠가 집안일 하는 것이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 그렇지만 아직도 양심에 찔리고, 여자가 집안일과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엄마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단다. 그리고 아빠가 집안일을 잘하지 못하면 거들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생기는 거야. 그래서 사실 엄마는 한 번도 마음놓고 쉴 수가 없었단다. 그러니 몸과 마음이 항상 피곤하다고 느끼지. 아,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서히 스스로에게도 바라지.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 집도 깨끗하게 치워 놓아야 하고, 아이들을 늘 웃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이야. 또 사람을 가장 미치게 하는 건 그 북새통에서도 밖에서 일하고 들어온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해서는 안 되고 항상 만족한 얼굴로 있어야 한다는 거야. 생각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그렇게 안 된다는 걸 알 텐데 말이야.안 그래?”

엄마가 어린 딸을 붙잡고 하소연 하는 부분이다.
엄마의 입을 빌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겠지. 그리고 여자들이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나만 이 부분에 공감을 하는 것일까?

이 나라(독일)도 이런 일이 일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어린이 책으로 나올 정도면 우리 보다는 낫겠지.
남자 전업 주부가 평범한 일상이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