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라 그런지 우리 아이는 공주처럼 긴 드레스에 예쁜 머리 핀같은 걸 좋아한다. 내가 공주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안 키운다고 했는데도 그렇게 돼 버렸다. 색깔도 분홍색이 좋다고 하고…다른 색의 아름다움이나 다양함을 넓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서 속으로만 끙끙거리면서 ‘어떻게 저 공주 환상에서 벗어나게 하나?’했었다. 그러다가 딱 눈에 들어온 책이 < 종이 봉지 공주 >다. 서점에서 단숨에 읽고 나서 사왔다.
기존의 공주처럼 치렁치렁한 옷에 긴 머리칼에, 연약한 몸이 아니여서 너무 마음에 든다. 씩씩하고 용감하고 게다가 똑똑하기까지한 이 책의 공주가 정말 좋다. 비리비리하면서 공주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투덜이 왕자는 참 못나 보였다. 마지막에 공주가 왕자를 아무렇지 않게 떠날 때 얼마나 통쾌하던지! 여자와 남자, 공주와 왕자를 떠나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는 것만큼 답답한 노릇은 없다.
우리 아이가 영양가 없는 공주에서 벗어나서 독립적이고 용감한 사람이 되길 바라고 읽어줘었건만…아직 어려서 그런지 심드렁했다. 겨우 한다는 소리가 “엄마, 이 공주는 왜 이래? 공주 아닌가봐. 종이 봉지를 입고 어딜 돌아다녀? 우와~ 챙피하지 않은가봐.” 그러면서 푸하하 웃어버렸다. 그리고 왕자에 대해서는 “자기를 구하러 왔는데 공주한테 저렇게 말하다니..엄마, 쟤는 참 나쁘다. 그치?”라고 입을 비죽거리면서 말해서 날 웃게 만들었다.
요즘 세상에는 공주와 왕자가 너무 많다. 자기 밖에 모르는 아이도 너무 많고 그런 엄마도 자주 만나게 된다. 참 씁쓸하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키우는 데도 ‘혹시 우리 아이도 내가 못 보는 데서 저러는게 아니까?’불안해진다.
아이들을 저만 알고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공주로, 왕자로 키우지 말고 제대로 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자립심 있고 생각있는 아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