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선생님 노릇하기는 너무 어려워!-
학교를 다니던 시절, 제일 힘들고 어려웠던 과목이 수학이었다. 역설적으로 지금 그 때를 돌이켜보면서 제일 아쉽고 공부를 열심히 해 보고 싶은 과목이 수학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 다시 돌아가도 내게 수학은 쉽지 않은 과목일 듯하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수나 계산에 관해서라면 지금도 자신이 없으니 말이다. 나 정도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세상에는 수학을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보다 어려워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 그래도 위안거리랄까….
그런데 문제는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 큰애도 다른 것에 비해 수학을 힘들어한다는 점이다. 아빠를 닮아 그렇다면 이것 참 할 말이 없어진다. 나야 그렇다 쳐도 아들 녀석까지 똑같은 고통을 겪어야 된다면 곤란한 것 아닌가? 그래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도록 수학동화 몇 권을 사다주기도 했고, 함께 활동도 했는데 나도 녀석도 꾸준하게 계속하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책이 <수학은 너무 어려워>였다. 마치 내 심정을 그대로 표현한 듯한 책 제목에 끌려서 관심을 갖고 있다가 서점에 가서 한 번 읽어 보았더니, 수학을 힘들어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그려져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수학을 힘들어하는 것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좀더 힘을 내기를 바라면서 책을 사게 되었다.
별명이 수학 밥통인 로리타는 수학 숙제를 하려고 하지만 문제가 너무 어렵다. 문제인즉슨 “어떤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2.5킬로미터를 가는 데에 10분이 걸렸다면, 5킬로미터를 가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였다. 머리를 식히려 창밖을 바라보던 로리타는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다. 그것은 자전거를 타고서 실제 시간을 재보는 것! 학교까지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로리타는 5시에 출발하여 빨간 신호등에서 2분, 친구 제니퍼랑 얘기하느라 3분을 멈추고는 5시 25분에 학교에 도착한다. 이튿날 언제나 1등을 하는 제니퍼는 40분이라고 답을 말하지만 로리타는 자신 있게 20분이라고 정답을 말한다. 로리타의 계산 방법을 듣고 선생님은 어이없어 하지만 아이들은 참 기발한 생각을 했다고 야단이다. 선생님이 이번에는 “밀가루와 설탕, 버터, 달걀 각각 200그램으로 케이크를 만들면 무게가 얼마나 나갈까?”라는 문제를 내는데, 과연 아이들은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그리고 누가 정답을 맞혔을까?
예전에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과목의 이름이 ‘수학’이 아니라 ‘산수’였다. 수학이라는 이름은 중학교에나 들어간 뒤 사용했던 것 같은데, 이름이야 어떻든 수학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꼭 필요하고 그 이치를 깨달았을 때의 기쁨은 다른 무엇보다 더하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길이 참으로 험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수학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위안이 될 것 같다. 누구나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 나만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엉뚱한 로리타의 생각에 맞장구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만화체의 그림으로 실감나게 그려 놓았다. 참, 초등학교 선생님 노릇하기는 수학보다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