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무심히, 천천히 걸어가는 두명의 소녀와 그 아이들이 데리고 가는 강아지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작가에 대한 정보도, 줄거리에 대한 정보도 없이 순전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만 갖고 선택했는데 좋은 책을 찾아내서 기분이 좋다.
친구를 사귀는 법을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우리들은 친구를 선택하고 사귄다. 어릴 때 동네에서 놀던 친구부터 어른이 되어서 만나는 친구까지…우리 곁을 지키면서 웃고 우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양카에게는 친구가 별로 없다.
그런데 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가 페티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자신과 너무나 다른 그 아이의 매력에 빠져서 아주 친하게 지내게 된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다. 문제는 정말 마음에 드는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페티는 가게에서 남의 물건을 슬쩍하고 예의도 조금 없는 아이다. 그래서 양카의 부모님은 페티와 노는 것을 싫어하시게 된다.
페티가 이상하리 만큼 당돌하고 거리낌없이 행동하고 가게에서 물건을 훔칠 때 내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저 아이의 당돌함이나 거친 태도는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너무 궁금했고 안타까웠다. 그 궁금증을 작가는 천천히 독백처럼 들려줬다. 슬픈 이야기인데도 덤덤히 말하고 있어서 더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 페티가 너무 가여웠다.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때에 다른 사람의 손에서 자랐고 오줌을 싼다고 엄마가 무섭게 때렸으니 그 충격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이 아이를 거리로 내몰고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 하게 하는 것 같다.
페티와 달리 양카는 부모님의 보살핌과 관심 속에서 잘 자라고 있어서 두 아이의 생활은 정반대다. 양카가 온실의 화초라면 페티는 들판의 잡초같다. 양카의 집에서 게걸스럽게, 닥치는 대로 먹을 것을 입에 넣는 페티의 모습은 양카의 가족을 멍하게 만든다. 그 부분을 읽을 때 나도 인상이 찌푸러졌다. 그런데 페티의상황을 알고 나니 이해가 됐다. 그건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페티에게는 생존의 문제였다.
페티는 양카의 안정과 보호를 부러워했을까? 양카는 페티의 자유분방함을 동경했을까? 우리는 자신과 성격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아주 비슷해서, 혹은 너무 달라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양카와 페티는 후자의 경우다.
인디언 말로 “친구란, 남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한다. 아이들이 좋은 친구를 잘 사귀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