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제목 <할머니> 지만 겉 표지의 그림은 우리를 상상하게 만든다. 식탁에 앉은 손자인 것 같은 아이와 등을 보이고 서 있는 할머니의 그림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르고 있는 것 같다.
그림 속의 아이는 교통 사고로 부모를 갑자기 잃게 된 칼레고 등을 보이고 서서 접시를 닦는 할머니는 칼레의 친할머니다. 부모를 잃은 칼레를 할머니가 맡아 키우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칼레와 할머니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나서 각 장의 끝 부분에는 할머니의 일기같은 독백이 있는 구조가 특이했고 칼레와 할머니 모두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쉽게 누군가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이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 사람,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가당찮은 소리다.
그런데 어린 칼레와 나이 많은 할머니는 서로를 알아가면서 이해하고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칼레가 처음 할머니와 살게 됐을 때, 낯설어하는 것을 할머니가 마음으로 받아주고 헤아려주었고 칼레가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응원을 갈 정도로 지지해 준다. 할머니는 나이는 많지만 어떤 사람보다 열려있고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고 무엇보다 칼레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 칼레도 그 사랑을 누기고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와 잘 지낸 것 같다.
할머니가 갑자기 아프셨을 때 칼레가 놀랄 까봐 며칠을 숨기는 부분을 읽을 때는 슬픔이 가슴에서 찰랑거렸다. 세상에 둘 뿐이니 할머니가 아프거나 돌아가시면 칼레는 어떻게 하나 너무 걱정이 됐다. 다행히 할머니는 두 주일 동안의 입원으로 나아서 돌아오지만 할머니도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다. 그걸 알기에 할머니는 칼레의 10살 생일 파티를 하고 나서 칼레에게 말한다. 보트로프에 이모가 살고 있지만 그 이모가 너를 키우지 못할 때는 고아원에 가야 한다고..어린 손자에게 그 말을 하기 얼마나 어려웠을까 생각하니 할머니가 가끔씩 한 두 잔 술을 마시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할머니는 불안했던 거다. 칼레를 두고 죽어야하는 시간이 너무 빨리 올까봐…
칼레가 당장 돌아가시냐고 했을 때 할머니는
“될 수만 있으면 오래 살고 싶어. 그러나 바란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거든. 칼레야. 위안은 되지만.”
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바란다고 소망한다고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게 인생이라는 것을,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몫의 인생을 살고 나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조용히 우리게게 생각하개 해주는 책이다. 아이들과 가족에 대해, 죽음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