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아버지가 맏이시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아왔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돌아가시고 안 계신 두 분 생각을 많이 했다. 이해할 수 없던 그 분들의 고집이나 행동, 외로움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그 때는 내가 너무 철이 없었고, 젊어서 나이듦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었다. 지금은 알 것 같다. 전부는 아니지만…어떤 부분은…
욘 할아버지는 출가한 딸의 가족과 살게 되는데 함께 사는 것이 어떤 것이지, 나이듦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 우리에게 넌지시 말하고 있다. 욘 할아버지의 인생을 통해서 나는 어떻게 나이 들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지 배운 것 같다.
욘 할아버지는 나이는 많지만 청년보다 활동적이고 젊은이들하고도 잘 통하는 멋쟁이다. 하지만 고집이 무척 세고 아직도 자신이 사랑을 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특히, 여자 친구가 생겼을 때 가족들이 보인 반응에 굉장히 화를 낸다. 노인네로, 보호 받아야 하는 존재로 취급받는 것이 자존심 상한 것이다. 욘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우리는 흔히 노인들을 무시하고 보호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분들도 젊은이 못지 않게 열정도 있고 뛰는 심장도 있다. 우리가 그 나이가 되기 전에는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게 슬픈 일이다.
모두 욘 할아버지를 좋아하지만 참을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가족들이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밤에 노래를 부르면서 샤워를 하는 것, 할아버지의 삼각 수영 팬티 그리고 고집…하지만 이렇게 서로 참을 수 없는 부분도 이해하고 감싸 안는 것이 가족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기 전에 자기 자신의 발 밑부터 살피는 것이 현명한 태도다. 욘 할아버지는 다른 가족들에 대해 불평이나 불만을 투덜거리지는 않았다.
우리 부모님도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셨다. 어느새 머리 희끗한 노인이 되어가시는 모습이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조금 더 즐겁게 자주 찾아가지 못해 죄송하다. 만나고 헤어질 때 손을 흔들면서 늘 아쉽다.
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부분을 읽을 때는 눈물이 나왔다. 내 부모님 생각이 나서 더 슬펐던 것 같다. 욘 할아버지는 자존심 있는 분답게 죽음마저도 혼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한밤중을 택해 가신다.
직업, 지위, 신분,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것이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이다. 욘 할아버지는 어떻게 나이 들고 노년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모범을 보여주었다.
조금 불편한 것도, 자기에게 조금만 손해가 가도 참지 못하는 아이들이 읽고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따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