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반해 너무나 읽고 싶었던 책이다.
제목인 < 에밀리 >가 누구일까 궁금했었는데 읽어 보니 표지에 보이는 노란 집에 살던 여자의 이름이였다. 나는 표지 그림에 있는 파란색 코트를 입은 소녀가 에밀리가 아닐까 상상 했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동생과 함께 산다는 노란집의 에밀리라는 여자를 동네 사람들을 이상하다고 수군거린다. 소녀는 맞은편 집을 보면서 에밀리라는 인물에 호기심을 느낀다.
어느 날, 에밀리는 소녀의 엄마에게 피아노 연주를 부탁한다. 소녀와 소녀의 엄마는 눈이 덮힌 길을 걸어서 에밀리 집에 간다. 그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냥 길을 걸어가는 엄마와 소녀의 모습인데도 눈길을 밟는 소리, 지나가는 마차 소리 같은 것이 들릴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첫 페이지부터도 그렇지만 눈이 덮힌 그림들이 오랫동안 눈을 잡아 끈다. 책 속의 겨울은 차갑다는 느낌보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엄마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소녀는 이층 계단에서 에밀리를 만난다. 그리고 소녀는 에밀리에게 백합 알뿌리 두 개를 건네고 에밀리는 소녀에게 시를 써서 준다. 에밀리는 소녀에게 시를 주면서 머지않아 둘 다 꽃이 필 거라고 말한다. 에밀리도 소녀도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 있는데 에밀리는 어딘지 아픈 사람처럼 창백하게 보인다. 아마 바깥 출입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앞에서 읽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연주가 끝나자 생강빵과 셰리주를 먹고 집에 온다. 소녀는 셰리주의 빛깔이 에밀리 아줌마의 눈동자 빛깔같다고 생각한다.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책이다. 에밀리 디킨스라는 시인을 모델로 해서 쓴 책이라고 들었는데 이 동화에서 처럼 거의 외출을 안하고 사람들과의 왕래도 없이 은둔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생각난다. < 좀머 씨 이야기 >, < 향수 >같은 소설을 쓴 사람인데 이 작가도 사람들과의 번잡함을 피한다고 한다. < 좀머 씨 이야기 >를 읽어 보면 좀머 씨가 사람들에게 “…그러니 제발 나를 좀 가만히 나두라”고 하는 부분이 잇는데 그 생각이 난다.
모두가 똑같이 살지는 않는다. 똑같이 사는 것이 오히려 웃기는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참지 못한다. 비슷하게 만들려고 한다. 또는 자신이 남과 다를다는 것이 두려워서 남과 같아 지려고 하기도 한다.
각자 자기 걸음대로 살면 된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자유와 독립 만큼 다른 사람의 자유와 독립도 존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