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있는 집에 가면 책장을 열심히 보게 된다. 이 집은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히고 있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있는 집에는 이 책이 없는 집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나 ‘화’, ‘스트레스’는 풀기 어려운 숙제 같은 것 같다.
살다 보면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뚜껑이 열리는 날이 있다. 세차를 말끔하게 했는데 비가 좍좍 내리거나 아이들을 깨끗하게 씻기고 돌아서자마자 옷에다 음식이나 싸인펜 같은 걸 잔뜩 묻히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망설이다 샀는데 다음 날 더 싸게 파는 걸 볼 때, 멀쩡하게 가는데 뒷 차가 내 차를 박을 때, 큰 애와 작은 애가 서로 와 달라고 징징거리고 싸울 때…도대체 이렇게 뭐가 안 풀리는 날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아이들 앞에서 화를 내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는 화를 내지 말라, 조용히 해라 하게 된다. 아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감정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윽박지르게 되니 나도 반성해야 된다.
특히, 우리집 큰 애는 이번에 동생을 봐서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다.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하다가 부모 사랑도,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도, 장난감도…모든 양보하라고 하니까 제 딴에는 힘이 들 것 같다. 양보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애써 만든 블럭을 단번에 무너뜨리고, 잘 접은 색종이 찢어 버리고, 언니가 책 보고 있으면 옆에서 기어 오르고…아마 무지무지 열 받았을 거다. 어린애라 때리지는 못하고 옆에서 엉엉 우는 걸 보면 마음이 안 좋다. 니가 언니니까 참으라고 이해하라고는 하지만 큰애도 아직 어린애다. 그래서 이 책을 읽혔다. 아이에게,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화가 나는 상황을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에 동감이다.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각자가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작은 애를 재우고 큰 애랑 같이 요리를 하거나 큰 애가 애기때 했던 것 처럼 안고 같이 책을 읽는다. 이렇게 하는 게 안 통할 만큼 화가 나 있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풀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나도 동생들과 참 토닥토닥 다투면서 자랐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정도 들고 사회화도 배우는 것 같다. 화가 났다가도 또 놀고 그러면서 풀고…지금은 동생들이 없으면 얼마나 삭막할까 싶다. 형제니 자매가 있는 것도 큰 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