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치마를 입은 여자애들이 노려보고 있는 그림이 웃겨서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추리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스피드와 긴장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표지에 있는 아이들은 진짜 바비 인형을 학교에 가지고 다나는 ‘바비 클럽’의 아이들인데 대장은 상드라다. 학교에 그런 걸 왜 갖고 다니는지 이상하다. 그런 걸 갖고 다녀도 아무 말도 안하다가 그 인형들이 하나씩 살해되니까 호들갑을 떠는 게 웃긴다.
어느 날, 이 아이들의 허영을 상징하는 인형들이 하나씩 괴상한 모습으로 망가지기 시작한다. 범인으로 지목받은 아이는 미뉴엘이라는 아이인데 증거가 없어서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그 바비 클럽의 아이들이 미뉴엘을 철저하게 감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또 한꺼번에 바비 인형 다섯 개가 처참하게 망가져서 발견된다. 그렇게 머리가 나쁘지 않은 상드라가 인형 가게에 와서 한꺼번에 인형 다섯 개를 사 간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낸다. 바로 바비 클럽의 한 명인 제밀라였다.
제밀라는 아랍 사람인데 얼마 전에 상드라 짐에서 나머지 아이들이 제밀라에게 잠옷을 입으라고 하고 소세지 같다고 그것도 검정, 회색 소세지라고 놀리는 일이 있었다. 무생물일 뿐인 바비 인형에는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애지중지하는 이 아이들은 정작 자신들의 친구인 제밀라에게는 아주 잔인하게 인종 차별과 모욕을 준 것이다. 참 답답한 노긋이다. 어떻게 아이들이 아랍 사람이라서 싫다고 하고 친구 하나를 희생양르오 만들어 자기들의 화풀이를 하는지…
상드라에게 당할 제밀라가 걱정였지만 흑기사 디에고의 활약으로 무사히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 날, 제밀라의 책상에는 바비 인형 대신 디에고가 정성껏 만든 지점토 인형이 들어있다. 바비 인형처럼 키 크고 날씬하지 않고 투박하고 소박한 모습이지만 제밀라와 아주 닮은 인형이다.
바비 클럽의 아이들이 참 한심하고 불쌍했다.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허영 덩어리들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처지같은 걸 생각도 안 하고 할 줄도 모르는 아이들이다. 그 애들의 부모도 똑같은 사람들이니까 자식들도 저렇게 행동하는 거겠지. 저런 아이들이 자라서 만드는 세상은 희망이 없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을 만드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