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가 어느 날, 어떤 남자 아이가 화장실까지 따라 왔다면서 짜증을 부렸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하니까 선생님한테 일렀다고 하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요즘 아이들은 빠르다고 하더니 진짜 그 말이 맞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아이에게 몸에 대해 설명해 줬지만 안다는 건지 모른다는 건지…도무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아이가 여자와 남자의 몸이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궁금한 것도 많을 것 같다. 우리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초등학교, 중학교에 가고 중학교 가정 시간이 돼서야 우리 자신의 몸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다. 특별히 성교육이라고 받은 적이 없거나 받았어도 거의 잊어버려 아이에게 무엇부터,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 하나 굉장히 난감했다. 무조건 “아무도 보여 주는 거 아니야.” “누가 와서 같이 가자고 해도 따라 가지 마.”라고 얘기하는 정도가 전부라서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불안한 마음이 늘 있다. 세상이 우리 어릴 때 보다 험해져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옛날처럼 골목길에 아이가 나와 놀면 누구네 집 아인지 다 아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귀여운 남매가 나와서 사이좋게 기지개를 켜는 그림으로 시작하는 책이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것. 그러나 함부로 나눌 수 없는 곳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우리 속옷 속의 몸이다. 그리고 그림은 아이에게 어떻게 자기의 소중한 몸을 지켜야 하는지 보여 준다. “하지 마” “싫어”라고 큰소리로 말하는 아이들의 그림을 보고 따라 읽으면서 아이는 그냥 말로만 이야기 할 때 보다 잘 알아듣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나도 어릴 때 아기는 어디서 오냐고 물었던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아기는 알에서 나온다고 했었다. 그래서 한동안 그게 진짜인 줄 알았다. 한 친구는 자기 엄마는 배꼽에서 나온다고 했었다고 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하면 혼이 날 것 같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그게 아니라고 했다고 따질 것 같다.
부모는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서 어느 부모든 실수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낀다. 아이가 크면 클 수록 쉬울 줄 알았는데 아니다. 매순간 마다 중요하고 어려운 일들이 튀어나온다. 그 반면 그만큼의, 그보다 더 큰 기쁨을 안겨주기도 하고…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이만큼 나를 키워주신 내 부모님을 존경하게 된다. 아이를 낳고 키워봐야 철이 든다는 말은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