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겨울비가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쉬이 일어나질 못했지요.
그래, 오늘은 우산 쓰고 걸어가보자. 생각했습니다.
아이 유치원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했지만,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한 몫 했습니다.
마침내 저는 둘째를 업고 우산을 펴고, 아이는 노란 장화를 신고 우산을 펼쳤습니다.
어떤 이는 별스럽다며 제게 눈총을 주기도 했지만, 그러한 작은 것들이 의외로 오래 기억 속에 남음을 아는 지라 그 날은 그렇게 도보로 등원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유난히 들뜬 아이와 함께 고른 책이 바로 아저씨 우산이었죠.
너무도 멋져 아저씨와 항상 함께 하는 우산.
그러나 그 우산은 큰 비가 와도, 작은 비가 와도 펴지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젖을까봐 우산을 펴지 않는 아저씨 때문이지요.
심지어 우산을 씌워달라는 작은 남자 아이의 청도 거절합니다.
그러다…
“비가 오면 퐁포로롱
비가 오면 핏짱짱.”
하는 아이들의 노래가 진짜일까 궁금해진 아저씨는 마침내!!!
우산을 펼쳐 들었습니다.
흥얼흥얼 아이들의 노래를 따라하던 아저씨는 그 소리들이 실제임을 확인하고는 아주 즐거워집니다.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 아저씨는 ” 비에 흠뻑 젖은 우산도 좋구나. 정말 최고의 우산이야.” 하십니다.
그러나 정작 기뻤던 것은 아저씨의 우산이 아니었을까요?
비가 오면 활짝 웃으며 자신의 품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여 그들을 젖지 않게 하는 본연의 임무를 드디어 할 수 있었으니까요.
비가 오면 젖기도 하고, 옷이 더럽혀지기도 하여 선뜻 내키지는 않지만 다음번 비가 올 때는 아이와 좀 더 오래 걸어보아야겠습니다.
“비가 오면 퐁포로롱, 비가 오면 핏짱짱.” 노래도 부르면서요.
그리고 아이와 둘만의 빗소리를 찾아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