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부산에 모임이 있어 갔다가 근처 어린이 전문 서점에서 “이 책들도 아이가 좋아할 겁니다.” 해서 선택된 몇 권의 책들 중 한 권이 “그건 내 조끼야” 라는 책이었다.
책을 사면 엄마가 먼저 읽어 보고 어떻게 읽어 주면 아이가 좋아할까 고민하는데 이 책은 서점에서 한 번 쭉 읽어 봤는데 전체적인 구성이 그림도 간결하고 내용도 반복 적이었다.
‘이 책을 아이가 좋아할까?’ 어떻게 보면 약간 칙칙한 풀색에 그림도 연필 스케치에 조끼만 빨간색을 띠고 있었다.
서점에서 대충 봤던 것과 달리 집에서 다시 한번 그림을 보면서 봤더니 이런 어느새 내가 웃고 있는 것이었다.
작고 귀여운 생쥐가 엄마께서 짜 주신 조끼를 입고 있는 모습에 어릴 때 엄마께서 짜 주신 조끼를 입고 친구들에게 우쭐거리며 자랑했던 내 모습이 있었다. 그런데 오리가 한번 입어 보자고 했을 때 생쥐의 표정은 “그래” 라는 대답과는 달리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하지만 오리에게 조끼를 빌려 주는 따뜻한 마음은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이 아닐까?
이렇게 생쥐에게 빌려준 조끼는 오리에게서 원숭이에게로 또 물개, 사자, 말, 급기야 코끼리에게 까지 빌려주게 된다.
작은 조끼를 덩치 큰 친구들이 입을 때의 표정은 압권이다.
코끼리가 입어서 늘어진 조끼를 본 생쥐는 펄쩍 뛰면서 놀란다. 눈물을 흘리면 늘어진 조끼 아닌 조끼를 질질 끌면서 가는 생쥐의 뒤 모습은 너무나 슬프다.
하지만 책이 다 끝나고 나서야 코끼리는 늘어진 조끼를 코에 걸어 생쥐에게 그네를 태워준다. 슬펐던 생쥐의 맘이 풀리고 아찔한 그네를 타는 아찔한 즐거움만 가득하리라 생각된다.
나를 웃게 만들었던 이 책을 우리 딸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열광하지도 싫지도 않은 그저 그런 책이었던 것이다. 원색으로 가득 찬 책들에게 밀려 어디에 꽂혀 있는지 몰랐는데
어느 날 작년에 입던 옷이 작아져서 입을 수가 없게 되자 “ 엄마, 조금 끼나? 주연이 빌려 줘야겠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이는 이 책을 싫어했던 것이 아니었다. 좋은 책이란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배워서 실천하는 것이라는 내 생각에 꼭 맞는 책이었다.
아이는 이제 좀 컸다고 책을 이해 하고 있다. “조금 끼나?”라는 말을 엄마랑 같이 읽기를 좋아하고 원숭이 얼굴을 보면서 따라 해 보고 즐거워한다.
이 책을 통해서 아이의 연령에 맞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은 그 책이 가진 가치를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