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리의 작가님들이 쓰고 그린 책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많이 찾아보려고 하지요.
대부분의 책들은 가슴 속으로 스며듭니다.
그러나 일부의 책들은 그러지를 못하지요.
제 가슴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우리의 작가님들의 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너무 외국 그림책들을 흉내내려 한다는 것이지요.
그냥 일상적인 것만을 옮겨놓아도 공감대 형성이 되는 아주 큰 장점을 버리고 조금의 실수에도 외국 그림책을 닮아버릴수 있다는 단점을 선택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색깔을 훔치는 마녀는 온통 흰색인 마녀가 자신의 모습에 싫증이 나서 주변의 색깔들을 마술봉으로 훔칩니다.
그러나 색을 너무 많이 담은 나머지 이번엔 검은 색이 되어 버리지요.
이것을 알려준 코끼리 할아버지는 예쁜 색을 갖기 위해서 빼앗은 색깔들을 모두 돌려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해님에게 색을 나눠달라고 부탁하라 이르지요.
마녀는 빼앗은 색을 모두 돌려주고 해님에게 받은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의 색을 몽땅 옷에 담지요.
그런데 이번엔 변한 것이 없이 하얗기만 합니다.
코끼리 할아버지에게 이유를 물어보는 꼬마 마녀.
코끼리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하지요.
“땅의 색깔을 모으면 까맣게 되지만, 빛의 색깔을 모으면 하얗게 된단다.”
그리고는 기다란 코에 물을 가득 담아 마녀에게 뿌려주지요.
그랬더니 꼬마 마녀의 옷에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그 후로 꼬마 마녀는 그냥 흰색인 채로 있기로 하고, 싫증이 나면 코끼리 할아버지에게 물을 뿌려 달라고 하여 무지개를 만났답니다.
이상이 대략의 줄거리입니다.
소재 선택은 좋았다 생각되어집니다.
그러나 감히 말하자면, 글이 지루합니다.
구지 덧붙이지 않아도 좋을 글들이 여기저기에 붙어 있기도 하구요.
딱 절반쯤으로 줄였으면 싶네요.
글꼴 역시도 너무 유아틱해 보입니다.
해서 저는 아이가 만든 책인줄 알았답니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드네요.
게다가 독자에게 색의 성질을 알게 하겠단 목적의식이 너무도 분명히 드러나네요.
그런데 분명한 목적의식에 비해 그다지 효과적이진 못한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색이 겹쳐져서 만들어지는 색도 한 장면쯤은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이 책에서 제 마음에 드는 유일한 것은 제목입니다.
색깔을 훔치는 마녀.
아주 재미있을 것 같은 호기심을 가지게 하거든요.
좋은 소재로 좋은 제목을 뽑은 이 책.
조금 다르게 풀어냈더라면 어땠을까 싶네요.
많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