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우산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재미나고 리듬감 있는 동화를 만든 작가
사노 요코의 재능이 탐날 뿐입니다.
멋진 우산을 가진 멋쟁이 아저씨는 너무나 독특합니다. 우산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죠.
비가 부슬부슬 올때는 그냥 비를 맞고, 조금 굵어지면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죠.
비가 그치지 않을땐 조금은 뻔뻔하게 다른사람의 우산 속으로 쏘옥 들어갑니다.
비가 많이 올땐 아예 우산을 들고 나가지 않지요.
우산에 대한 아저씨의 사랑은 너무나 대단해서 아저씨는 우산의 역할 조차 망각하네요.
우산은 우산다워야 제맛인데요. 그래도 우산을 너무 아끼는 나머지 아저씨가 보이시는 행동은
주책스럽다기 보다는 너무 귀엽습니다. 아저씨의 콧수염 조차 애교처럼 보이네요.
그러다 비 오던 날 조그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노래소리가 들립니다.
“비가 내리면 또롱또롱 또로롱, 비가 내리면 참방참방”
또롱또롱 또로롱, 참방참방. 너무나 맛깔스런 말소리지요.
우산의 빗방울과 빗속 장화걸음을 이렇게 리듬감 있고 재미나게 표현하는지
작가의 표현력도 훌륭하지만 내심 우리말의 놀라운 표현성에 감탄해 마지 않네요.
그제야 진짜 그런 소리가 나는지 우산을 펼치고 빗속을 걸어다녀보는 멋쟁이 아저씨.
신기하게도 진짜 우산과 장화에서 소리가 납니다. 이제 더이상
아저씨의 우산은 모양만 우산이 아니네요. 비오는날 아저씨의 즐거운 동행친구가 됩니다.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봄비가 내리면 장화를 신겨주고 예쁜 우산을 아이 손에 쥐어
주고 싶습니다. 맘껏 물웅덩이에서 참방참방 뛰어보고 우산 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린 빗방울을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