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하고, 소박한 우리들의 모습.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펴낼 수 없겠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동양화 풍의 그림도 그렇고, 누나와 동생으로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도, 넉넉한 품의 엄마의 말투도
너무나 일상적이다 싶을 만큼 평범하고, 친숙하다.
어떤 사람이 썼을까? 작가를 살펴보니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자매 엄마가 쓰고 그린 그림책이다.
소중한 나의 몸을 통해 이미 너무나 익숙해있는 정지영, 정혜영 자매 작가가 쓴 것이라니
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림도 더 친근하게 와 닿았구나 고개가 끄덕여 진다.
우리집 큰 아이도 이 책을 보는 동안 ‘엄마 우리도 이렇게 하는데 맞지?’하면서
자기랑 비슷한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을 오르거나 약수터에 가본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참 놀이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챙겨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일은
그 출발에서부터 시간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그림 그리기에 빠져 있는 누나, 자동차 놀이에 빠져 있는 동생은 우리집 남매와 너무나 닮아 있다.
옷을 갈아 입고, 양말을 신는데도 아이들은 뭐라뭐라 말이 많다.
엄마는 늦으면 혼자 갈거라고 서두르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알 수 없다는 듯이
이런 저런 요구를 하면서 엄마를 따라 나섰다.
어느 집이나 사는 모양새가 다 비슷비슷하구나 싶어 웃음이 나온다.
엄마는 서두르고, 아이들은 느긋하고…….
엄마는 해지기 전에 빨리 갔다 와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거나
아님 저녁밥을 빨리 지어야 하기 때문이던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서두르고 있을텐데
아이들은 약수터에 가는 길에 보이는 여러가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기다란 나뭇가지를 배이라하며 만져보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메달린 감을 보고
하늘에 감이 있다며 놀라워 하기도 하고,
통나무로 만든 듯한 기다란 의자위에 올라타서는 기차를 타고 약수터에 간다고 기차놀이도 하고,
오리랑 칠면조 닭을 보는 재미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다리가 아파서 못가겠다고 이야기 하는 아이들.
엄마는 다그치거나 재촉하기보다는 사냥꾼이 나타났다는 재치있는 말로 아이들을 움직이게 한다.
다리가 아프다는 아이들과 마차 놀이를 하고, 다람쥐처럼 빨리 달릴 수 있냐고
아이들을 부추기기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산을 오른다.
어느 약수터나 다 비슷한가보다. 여기에도 돌계단이 있으니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계단을 오르는데 마음이 바쁜 엄마는 저만치 앞서가다가 이내 사라진다.
놀란 아이들은 얼른 계단을 올라가는데 숨어 있던 엄마가 나타난다.
누구나 비슷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끌어 올리는 구나 싶어 정감이 간다.
드디어 약수터까지 다 왔다.
아이들은 철봉에 박쥐처럼 메달리고 싶어, 바쁘게 뛰어간다.
와…… 어쩜 우리집 아이들과 이렇게 똑같을까?
박쥐를 제대로 흉내내지 못하는 남동생의 어정쩡한 모양까지 우리집 둘째녀석과 너무나 닮았다.
어둑해져서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리막길에서는 이제 아이들이 엄마를 앞지르며 뛰어간다.
‘약수터 가는 길’ 이 그림책을 읽고 나니 마치 아이들과 함께 약수터에 다녀온 기분이 든다.
이런저런 일로 바빠, 아이들과 산에 오르지 못한 지 한참 됐는데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