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공간에서 주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
‘잠이 안 오니, 작은 곰아?’ 처럼 ‘푹 자렴, 작은 곰아’ 에도 아이들의 마음, 아이들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은이는 어쩌면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까 싶다. 작은 동굴을 찾아내 자기만의 공간을 꾸며 하루 종일 거기에서 놀며 밥먹고 잠까지 자고 싶어 하는 작은 곰의 모습은 고만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노는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다.
그래서 장난감업체에서는 동화집 같은 큰 장난감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완성된 모양의 공간은 처음에는 호기심을 줄지 모르겠지만 자기만의 공간을 창조하는 재미는 덜 할 것 같다.
자기 몸보다 조금 더 큰 동굴을 찾아낸 아기 곰이 거기에다 탁자와 침대를 만들어 자기 물건들을 날라 거기에서 하루 종일 노는 것처럼 우리집 아이들도 그렇다.
이불장에서 이불을 꺼내 거기를 집이라며 누워서 자는 흉내도 내고, 거기다 온갖 장난감을 가지고 들어가 펼쳐 놓기도 한다. 아니면 의자랑 상자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쌓아 자기들만의 집이라며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거기서 동생이랑 엄마놀이를 하면서 집주인이 되어 자기만의 작은 세계를 만드는 작은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어 밥 먹자고 하면, 여기서 밥 먹으면 안 되냐고 물어오고, 여기서 자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기곰도 자기 동굴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책도 잃고, 이불 위에서 폴짝폴짝 뛰기도 한다. 작은 동굴에서는 자기가 큰 곰이니 혼자서 집주인이 되어 엄마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저녁도 먹는다. 그리고 잠까지 거기서 자고 싶어하던 아기곰한테 큰 곰이 말한다. “푹 자렴. 작은 곰아. 나는 곰 굴에 있을 테니 필요하면 부르렴.” 그렇게 말하고 혼자 터벅터벅 걸어가는 큰 곰의 뒷 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인다.
어두움이 무서워였을까? 작은 곰은 자기가 없어서 큰 곰이 외로울 거라 생각하고는 큰 곰한테로 간다. 그리고 큰 곰은 작은 곰에게 책을 들려주는데 벌써 작은 곰은 잠이 들었다.
자기만의 작은 동굴에서 자기가 큰 곰이 되어 하루를 보내는 즐거움을 누린 작은 곰. 언젠가는 더 넒은 세상으로 나아가 자기만의 동굴을 만들어야 할 때가 오겠지. 우리 아이들도 의자랑 상자로 만드는 집에서가 아니라 언젠가는 세상으로 나아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야 할 때가 오겠지. 그렇다하더라도 부모들은 언제든지 필요하다고 부르면 달려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푹 자렴, 작은 곰아’ 이 책은 ‘잠이 안 오니 작은 곰아’ 보다 작은 곰의 표정과 행동이 훨씬 생기 있어 아기 곰의 표정과 몸짓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밝아진다. 환하게 웃는 얼굴과 따뜻한 눈길로 작은 곰을 바라보는 큰 곰의 느긋한 표정을 보면서 나는 아이들을 대할 때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