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고 아주 중요하며 누구나가 고개를 끄덕여서 공감을 표현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임에도 그동안 우리는 너무 등한시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요즘들어 많이 한다. 사실 나도 예전에 철학과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며 참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디 그 뿐인가. 철학과라는 것은 점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물론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인생을 알 만큼은 살았다고 생각하는 지금은 자라나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철학과 관련된 것임을 절실하게 느낀다. 중고등학생 때 철학자 누구는 어떤 말을 했고 어떤 주의에 속하고 이런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한 말의 참뜻을 배워야 하는데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 고등학교 다닐 때 유난히 철학자의 말과 관련한 부분이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그들이 한 말의 의미나 사회에 적용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들은 기억이 없다. 물론 이것은 내 기억력의 한계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그런 철학적 지식들이 단순히 시험을 보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대학생이 되거나 성인이 되었을 때 여러 철학자의 주옥 같은 글들을 만났으면 지금의 이런 기분은 안 들텐데 애석하게도 제대로 읽어보질 못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건가, 왜 약속을 지켜야 하는지, 왜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된 것도 실은 아이를 키우면서였다. 그 전에야 그냥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물어 보거나 아니면 그들에게 훈계를 할 때 (무조건 명령조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를 대서 설명해야 한다는 말은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다 보니까 그제서야 그 질문이 내 마음속에도 물음표를 남겼던 것이다. 그 때부터 소위 말하는 철학적 물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근사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생각하고 나름대로 마음을 정리했던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이나 물음을 진작부터 배웠으면 어땠을까… 무척 아쉬웠다.
어른들에게도 그렇겠지만 아이들에게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아주 쉬우면서도 실생활과 연관된 이야기로 설명해 주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용이하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너무 좋았던 책이다. 물론 간혹 가슴 뜨끔한 이야기도 있었다. 관행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행동에 대해서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설명을 읽을 때는 얼마나 찔리던지…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내 소신대로 행동할 수 있을지 그 또한 의문이다. 아직 내겐 철학적 가치가 제대로 정립이 안 되었나보다. 아니면 이미 너무 많은 때가 묻어버렸다던가.
너무 당연하면서도 어떻게 설명하기 힘든 문제에 대해서 작가는 많은 철학자의 이야기와 아이들이 겪음직한 예를 들어가며 정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비록 한 권의 책이지만 온갖 철학자를 만나고 온 느낌이다. 페르디난트와 외삼촌, 엄마 아빠의 대화가 다분히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었으나 과히 눈에 거슬리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겪었던 혹은 생각했던 일에 대해서 정곡을 찌르는 설명 때문이 아니었을까싶다.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하는 대목에서는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사형 제도의 존속여부 문제도 떠올랐다. 물론 그 문제를 이 책에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 책이지만 모처럼 내가 원했던… 내가 읽고자 했던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머릿속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책은 한 번 보고 책장에 꽂아 두는 그런 책이 아니라 두고 두고 필요한 부분만 다시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논술이 요즘 한창 뜨고 있는데 그 현상을 썩 좋게 보진 않지만 그래도 한 마디 거든다면 이 책은 논술문을 작성할 때 훌륭한 근거를 댈 수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주며 세상 보는 눈을 넓힐 수 있는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