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토끼라………..
그 토끼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아기를 유괴당한 것이다.
유괴당한 아기 토끼는 사나운 여우엄마에게 끌려가서는 아기 여우의 학습용으로, 식사로 쓰일 운명이다.
엄마여우의 손에 두 귀를 잡힌 불쌍한 아기토끼의 표정을 보라!
죽음을 앞에 둔 저 절망적인 눈빛!
하지만 어린이라는 존재의 가치와 사랑스러움에는 적개심이라는 것이 아직 자리잡기 전인 순수지대가 있다.
아직………………그렇다 ! 아직.
어른이 되어 잃어버리는 소중한 것 가운데에 친근함, 사랑, 우정이 있다고 하면 많이들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나 생각해 보라.
누구하고도 이야기를 나누고, 낯선사람과 미소를 주고받는 어린이를, 아무에게나 스스럼없이 손을 내미는 아기를 보지 않는가?
적개심이나 경쟁심은 어른들의 것이다.
잡아온 아기 토끼를 가지고 앞으로 먹고 살려면 이런 것들을 잘 잡아야 한다고 설명하며 두 귀를 가방처럼 잡으라고 가르치는 엄마여우, 연습하라고 마치 숙제를 내주듯 당부하며 엄마여우는 외출을 한다. 하지만 숙제보다는 놀이가 더 매력적인 법, 잘 잡아지지않는 토끼 귀에 힘들어 하다가 도망가고 잡기 위해 뛰는 동안 너무도 당연하게시리 아기들끼리는 어느덧 그 장난을 통해 우정이 싹트고 만다. 돌아온 엄마여우는 놀다지쳐 어깨동무하며 앉아있는 둘의 모습이 기가 차다. 창피하기까지 하다.
먹이와 사이좋게 앉아있는게 내자식이라니…………
그런 엄마를 통해 내일이면 이 새로사귄 친구를 잡아먹게되는 줄 알게된 아기여우는 새친구 걱정에 잠 못 이루다 이 아기토끼를 풀어 보내준다.
한번 유괴 당하면 살아돌아오기란 어느 곳에서든 쉽지 않은 일인데,구사일생으로 집에 돌아온 아기토끼는 분에 넘치는 이 친구와의 우정도 계속 유지하며 행복했다는 정말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놈 목소리>라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괴범의 목소리가 그놈의 목소리랜다.
목소리 뿐 아직도 잡히지 않은 그놈을 이 영화로 공개수배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까지 같이 유명해지고 있는 지금이다.
이래서 유괴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그림책 속의 유괴가 떠올라 이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본 영화, 제목도 잘 기억나진 않지만 이 그림책과 너무나도 비슷했던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도시에 돈 벌러 나갔다 돌아 온 아버지가 어떤 꼬마를 납치해 데리고 온다. 땅굴속에 그 아이를 가둬두고 그 부모와 몸값 협상을 벌이는데 이 아이(납치범의 아들)가 어른들 몰래 땅굴로 내려가 그 아이와 간식을 나누어 먹고 어른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바깥바람도 쐬어 주며 둘도 없는 특별한 친구가 되어간다. TV에 너희엄마가 나와서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다고 하더란 말도 전해주고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고 하더란 말도 해준다.
엄마여우가 제 자식을 가르치고 먹이기 위해 아기토끼를 잡아왔듯이 이 영회 속의 아버지도 궁극적으로는 자식들 먹여 살리려고 부잣집 아이를 잡아 온 것이리라.
그러나 몸값협상이 수월치 않고 제 아들이 심상찮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게 맘에 걸려 결국 잡아 온 그아이를 죽이려고 맘 먹게 된다.
하지만 이미 진한 우정을 갖게 된 아들이 새친구의 죽음을 막아보려 그 범죄현장에 가고, 긴장되고 절박한 가운데 총질을 하는 아버지………….아들인지 인질인지 제대로 획인도 할 수 없는 가운데 울리는 총성!
어른들은 아무하고도 원수가 될 수 있는 존재이고, 어린이란 아무하고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면 너무 극단적인가?
이럴 때 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가슴에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