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동물원이란 책에는 총 5편의 아름답고 정겨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독자인 저는 이 책을 읽고 아이의 성장기에 부모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하는 객관적인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첫째 이야기인 ‘아무도 모른다.’입니다.
장애가 있는 마리코가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지 않고 엄마인 기요코와 함께 세상을 생기있고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결 같은 속도로 한 걸음 한걸음 내디디며 200미터를 40분 동안 걷고 있었다.’
이 마지막 구절에서 마리코가 한 걸음 한 걸음 세상을 향해 하루에 200미터를 40분 동안 왕복으로 걷는 것이야 말로 자신을 극복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과정이고 용기였습니다.
우리는 아픈 아이들을 보면 보통 아이들과 차별을 두고 조심스러워만 하였지 그 아이가 정말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남들과 다른 차별이 아닌 그 무리의 한 일원이 되어 어울림이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인 ‘기저귀는 6학년’ 입니다.
덩치가 크고 무슨 일을 하든 굼뜨기 때문에 굼벵이란 별명을 갖은 사또와 아기라서 기저귀란 별명을 가진 사또의 동생 치고가 엄마의 입원으로 학교에 같이 등교하면서 생기는 아이들의 우정과 학교란 작은 공동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하고 서로 이해해 가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굼벵이, 귀저기처럼 우리는 학교란 작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누구에게 한 별명으로 익숙하게 생활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그런 별명들이 너무 듣기 싫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새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갖고 인정해주는 별명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내 아이가 커서 학교에 들어가면 친구들 사이에서 꼭 좋은 뜻은 아니어도 한 가지 별명이라도 추억으로 갖고 생활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추억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과거이지만 한 인간에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중요한 동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명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나의 추억까지 회상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사또와 같은 처지의 기타는 자신의 환경을 원망하며 사회에서 숨어버리려고 하는 나약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기타는 같은 처지의 사또의 행동에 어딘지 모르는 동병상련의 아픔과 함께 용기를 얻고 자신감을 갖습니다.
“아무래도 네 동생 기저귀 갈아 주러 내일 학교에 가야겠구나.”란 구절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농담처럼 자신의 맘을 대신하는 이런 재치 있는 문구에 자연스런 감동을 받았습니다.
기타가 사또의 동생 치고를 엄마처럼 잘 돌보는 것에 아이들은 자신들이 알던 기타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됩니다.
내 아이가 학교에 갔을 때 너와 다르지만 그 아이는 너보다 더 잘하고 본보기가 될 만한 것이 한 가지씩은 꼭 있으니까 모든 친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가르쳐줄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왕따를 비롯해 우울증으로 자신의 자아를 잃고 다른 사람의 존재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 사회에서 이 이야기는 따뜻한 동심과 자아를 찾게 해주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대장의 친구’ 입니다.
차오의 동생 차코는 안방대장입니다. 집 안에서는 큰소리 뻥뻥 치지만 밖에 나가면 기를 못 편다고 식구들은 그렇게 부릅니다.
차코가 양로원에서 지내시는 일흔여섯 살의 루미코 할머니를 친구로 데려왔습니다.
가족들은 차코의 행동을 처음엔 의아해 했지만 곧 차코가 할머니와 친구로 지내게 된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신문 칼럼에 아이들의 성격은 고치는 게 아니라 이해해 주고 거기에 맞춰서 적응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공부는 잘 하지만 밖에 나가면 너무나 소극적이고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아이에게 성격을 적극적으로 고치라고 다그치는 것은 그 아이에게 더 큰 스트레스만 안겨 준다고 합니다.
곁에서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의 성격에 맞는 행동과 가르침으로 관심과 배려를 할 때 그 아이는 자신의 틀에서 안정적으로 자아를 찾아 가면서 다른 세계에도 자신감을 갖 을 수 있다고 합니다.
차코가 소극적인 아이지만 자신과 맘이 통하는 루미코 할머니를 통해서 세대를 떠난 친구의 우정을 키울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배려하는 부모의 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외톨이 동물원’ 입니다.
가메야마 동물원 아저씨와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겐이란 아이가 서로 동물원의 동물들과 함께 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입니다.
겐이란 아이는 요즘 우리 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아이입니다.
단지 어른들만의 욕심과 그릇됨으로 사랑으로부터 멀어진 아이들…
소외감과 무관심으로 자신의 삶의 의미와 존재감마저 무너진 아이들…
부모에게서 버려져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지나친 애정을 보이며 사회에 적응해 가지 못하는 겐에게 어른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친구로 다가가 그냥 곁에만 있어주어도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다고 믿은 가메야마 아저씨야 말로 우리 어른들의 거울이지 않을까?
비단뱀이 토끼를 먹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겐이 맘의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위해 아저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토끼를 구합니다.
이 모습을 보고 겐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아저씨에게서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친구의 모습을 동시에 느끼지 않았을까요?
아저씨를 나를 생각해주는 따뜻한 누군가로…
“동물들은 다들 자연에서 빌려 온 거야. 멀리 밀림이나 빙산에서 끌려와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들 열심히 살고 있어. 동물 중에 나쁜 녀석은 단 한 마리도 없는 건 다들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야. 사람도 마찬가지야. 열심히 사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어.”
언젠가 아저씨가 겐에게 한 이 말을 생각하며 겐은 아저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저씨가 말했잖아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은 다들 친구라고. 난 아저씨의 친구가 되고 싶어요. 엄마와 아빠의 친구도 되고 싶고요. 그러니까 난 내일부터 동물원에 안 올거예요!”
겐은 생각합니다. 아빠와 엄마도 이해하고 용서하기로 그리고 사랑하기로…
자신도 사랑하기로….
다섯 번째 이야기는 ‘밋짱을 돌려줘’ 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른들이 갖는 편견으로 아이들이 동심을 잃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글짓기를 잘하는 가즈토는 장래희망이란 제목의 글짓기를 쓰기 싫어 합니다.
자신의 부모님이 하는 술장사를 자기의 장래 희망으로 쓰고 싶지만 다른 아이들의 장래 희망과 너무나 동떨어져서 아이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 할 꺼라 생각합니다.
어렸을땐 저도 그릇집을 하는 부모님이 부끄럽고 다른 아이의 부모님을 동경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가즈토는 저를 부끄럽게 만들더군요.
요즘 아이들은 몇 명이 자신의 부모님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기도 하고 싶어 할까요?
직업에 편견을 만든건 어른들의 잘못이 크죠.
물질 만능 시대에 몇 평짜리 아파트며 수입차며 돈이면 다 되는 세상처럼 만들어 버리고 있죠.
말로는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은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을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몸소 겪고 있답니다.
요즘 아이들 학교 끝나면 학원에 과외에 아이들과 어울려 놀이터에 노는 아이들은 찾기가 힘듭니다.
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가즈토는 친구 나미카와와 방과 후 도야동네 어린이 회관에서 도야동네 아이들과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도야동네를 싫어합니다.
술주정뱅이들이 많고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이들 하나 둘씩 어린이 회관에서 자신이 학교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직접 경험하게됩니다.
다리가 불편한 지체 부자유자인 밋짱은 어린이 회관에서 아이들에게 만들기를 가르쳐 줍니다.
어른들의 시각엔 어린이 회관과 밋짱이 아이들에게 안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겐 어린이 회관은 신나는 놀이장소이며 배움터이고 밋짱 선생님은 좋은 친구이며 아이들의 영웅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어른 시각에서 아이들의 삶을 좌지우지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숨쉬고 뛰어 놀 수 있는 살아 숨쉬는 교육이 우리 아이들에게 얼른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는 이렇게 훌륭한 5편의 정겨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가 5편을 소개하기 전 이런 글귀를 써 놓아습니다.
‘너희가 모르는 곳에
갖가지 인생이 있다.
너희 인생이
둘도 없이 소중하듯
너희가 모르는 인생도
둘도 없이 소중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모르는 인생을 사랑하는 일이다.‘
우리아이들에게 이 글귀의 가르침을 부모로서 실천해간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의 인생도 아름답기만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