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자는 아들 옆에 같이 누워서 [초코파이 자전거]를 펼쳤습니다.
동시집이라 그런지 얇으면서도 손에 잡히는 감촉이 좋았습니다.
먼저 휘리릭 책바람 넣으며 넘겨보았더니,
그림이 정말 아이들이 그린 그림처럼 재미있었습니다.
다시 맨 앞으로 돌아와 한 편 한 편 눈으로 읽어 보았지요.
그런데, 옆에서 자고 있던 아들이 뒤척입니다.
그 순간 숨도 멈추고 가만히 있었지요.
다시 자는 듯 보이기에 다시 한 장 한 장 넘기며 시를 읽었습니다.
이 녀석이 다시 뒤척이기에
얼른 책을 머리맡에 내려놓고 자는 척 했습니다.
에고고… 그런데 엎어져서 자고 있던 이 녀석이 고개를 번쩍 듭니다.
실눈을 뜨고 지켜보았더니
자다 깬 우리 아들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저를 한 번 보더라구요.
제게 올 줄 알았는데,
다시 고개를 앞쪽으로 돌려 시집을 발견했습니다.
성큼성큼 기어가더니
손을 뻗어 [초코파이 자전거]를 집네요.
책을 다 구겨 가면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림 감상을 하네요.
이크… 그냥 두었다가는 힘센 우리 아들이 시집을 다 찢어 놓을 것 같아서
제가 얼른 집어 들었네요.
그리곤 같이 그림을 보며 시를 읽어 주었답니다.
멋진 작품 같은 그림을 볼 때도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아이들이 그린 것 같은 조금은 서툴러 보이는 그림들이라 더 재미있었습니다.
크레파스의 흔적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림,
많이 써서 중간 중간 흐릿하게 나오는 싸인펜과 색연필의 조화가 돋보이는 그림,
연필의 흔적이 그대로 있는 그림,
실수로 물방울이 튀어서 사인펜이 종이에 번진 듯한 그림…
너무 아이들스러우면서도 솔직해서 그림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시 또한 소리 내서 읽으면 입에 맴도는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는
우리말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이에게서 영감을 얻어서 쓰신 시라 그런지
시의 소재가 강아지, 고양이, 초코파이와 같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고,
시의 내용도 아이들의 순수한 생각을 엿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창작 동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그림이며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다양한 꾸밈말도 단순히 많이 늘어놓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네를 타면>처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어울리는 다양한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네를 타면>
슝슝
그네를 타면
하늘 보자기 펄렁펄렁
구름 순두부 말랑말랑
나무 빗자루 술렁술렁
내 가슴 풍선까지 벌렁벌렁
난리야 난리
모두 기뻐서 난리
또, <풍덩>처럼 한 편의 시 속에는 같은 표현이지만 큰 느낌의 말과 작은 느낌의 말이 같이 있어서 비교하며 차이를 이해하기에 좋았습니다.
<풍덩>
개구리가 고요한 연못에 퐁당
돌고래가 푸른 바다에 펑덩
나도 아늑한 엄마 품에 푸웅덩
또, <더미>와 <강아지>처럼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와 같은 느낌의 시도 있었습니다.
<더미>
가을엔 낙엽더미
겨울엔 눈더미
봄엔 한가득 꽃더미
여름엔 방학 숙제 산더미
<강아지>
강아지가
강가를 달리니까
강물도 신나 달리고
강 언덕도 기뻐 출렁거린다
시를 읽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지만
[초코파이 자전거]를 읽어 주었을 때, 진지하게 듣기도 하고 미소를 짓기도 하는 아들을 보며
아이들에게 시집을 읽어주는 것도 참 좋은 거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를 읽은 지 아주 오래인 제게도, 이제 ‘엄마’, ‘아빠’를 말하려는 아들에게도
[초코파이 자전거]는 행복한 시간을 주는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