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화를 꿈꿔요…..

시리즈 지식 다다익선 11 | 엮음 유니세프 | 옮김 김영무
연령 7~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4년 5월 2일 | 정가 12,000원
구매하기
나는 평화를 꿈꿔요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나는 평화를 꿈꿔요……
이 세상에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이 말은 전쟁때문에 폭격을 맞아
심한 화상을 입은 한 어린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 책은
유고슬라비아 내전이라는 길고도 참혹한 전쟁을
직접 겪은 아이들의 그림과 글로 채워졌으며
전쟁으로 상처받는 세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 정해진 사연은 이렇다.

폭격을 맞아 심한 화상을 입은 사라예보의 꼬마 알렉산다르가
“눈을 감으면 나는 평화를 꿈꿔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바로 옛 유고슬라비아의 모든 어린이들이 갖고 있는
간절한 희망을 토로한 것이기에
알렉산다르의 꿈을 기리기 위해 제목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평생 전쟁과 화상의 아픈 상흔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어린이가
그 절망과 공포 속에서도 마음 속에 평화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 가슴 저리게 다가왔다.

책에 나온 그림과 글은
전쟁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옛 유고슬라비아 어린이들의 실제 치유과정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 지역의 수많은 학교와 수용소에서
어린이들에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도록 적극 권했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들 내면에 갇혀있는
감정의 문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이들은 이 치유과정에서 상처를 준 사건뿐만 아니라
과거의 행복한 기억도 회상해내며 밝은 미래의 꿈도 창조하게 됐단다.
알렉산다르도 어쩜 이런 치유를 받으며 희망을 갖게 된 걸까?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발칸 반도의 복잡한 인종, 종교 구성과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얽키고 설킨 관계로 인하여 유고슬라비아 해체 과정에서 발발한
유혈충돌을 가리키며, 이 과정에서 60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난민이 되고, 1만 5천 명의 아이들이 죽었으며, 이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심하게 다쳤다는 것이다.
이건 1993년까지의 집계이니 그 뒤로 십여 년이 흐르도록 지속된
전쟁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죽고 다치고 했으리라.

1990년대 중반 무렵, 인상깊게 본 영화 가운데
‘비포 더 레인’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마케도니아 출신의 감독과 크로아티아 출신의 배우가 만든 영화로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아픔을 가장 가까이 겪었던 당사자들이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전쟁의 잔인하고 경악스런 단면을 보여주었던 게
어렸을 적 함께 학교를 다니며 놀러다니던 이웃마을을
이젠 원수가 되어 서로 오갈 수 없고 사소한 일에도
총구를 들이대며 목숨을 뺏을 정도로 험악해진
작은 마을의 풍경이었다.

이 영화 내용을 떠올리게 한 게 바로
18쪽에 나온 레파의 글이다.
그 가운데 일부를 옮겨본다.

**********************************

우리 아버지는 크로아티아 사람이고, 우리 어머니는
세르비아 사람이다. 나는 어디 사람일까?

형들, 누나들, 할머니와 할아버지, 삼촌들과 숙모들은
모두 크로아티아에 계신다. 이 끔찍한 전쟁이 터진 이후로
나는 그분들을 보지 못했다.

***********************************

내가 직접 겪진 않았지만
6.25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도 비슷했으리라.
그 끔찍한 일이 우리에겐 과거이지만
유고슬라비아 어린이들에겐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은
정말이지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57쪽에 나온 벨마의 그림
‘우리는 사탕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인데’는
보면 볼수록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사탕인 줄 알고 반갑게 달려들었을 아이들이 얻은 건
뻥! 하고 터지는 폭탄이었고
그 폭탄에 맞아 심하게 다치거나 죽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

전쟁의 기억을 생생하게 그린 다른 많은
그림들을 제치고 내 기억에 가장 뚜렷이 남은
벨마의 그림은 바로 어린이들이 전쟁을 대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총, 폭탄 같은 무기가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 채
그저 천진하게 세상을 살아가다 갑작스레 맞는 불행과 고통은
어린이들이야말로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이며 약자임을 말해준다.

왜 어른들은 전쟁을 하는가?
왜 서로 피흘리며 싸워야 하는가?
그렇게 해서 남는 게 무엇인가?
전쟁은 이긴 자에게도 진 자에게도
상처만 남길 뿐임을,
그 가운데 죄없이 피해를 입는
억울한 어린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왜 전쟁의 당사자들은 외면하려 하는가?

74쪽에서 에디나가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이런 파괴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담겨있다.
나 또한 에디나의 소망이 부디 실현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앞으로 뉴스에서 ‘전쟁’이란 단어가 사라져버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