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좋은 책일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진짜로 책 자체가 보물 대접을 받았다. 책 한 권을 만들려면 몇 달에 걸쳐 일일이 베껴 써야 했으니 귀한 대접을 안 해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럽에선 글자를 예쁘게 꾸미고 화려한 그림으로 장식한 것은 물론 금을 붙이기까지 했다니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았는지 알만 하다.
이 책을 보면 특별한 사람들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대중들의 손에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책과 인쇄의 역사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그림을 곁들여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책을 가장 먼저 만든 나라는 중국이다. 활자와 먹과 종이를 만들어낸 중국인들은 나무판을 이용해 글자를 찍어 두루마리 책을 만들었다. 고려 시대에 발명한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도 잠깐 소개해준다. 이 부분에선 엄청 뿌듯하다.
유럽도 쿠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하기 이전에는 일일이 베껴 쓴 후 가죽으로 감싼 나무판을 대어 표지를 만들고 제본을 해서 책을 만들었다. 쿠텐베르크는 원래 반지 같은 걸 만드는 기술자였다고 한다. 손재주가 좋았던 그가 포도주 짜는 기계를 이용해 인쇄기를 발명해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아마도 그는 책읽기를 무척 좋아했던 사람인 것 같다.
그 덕분에 돈 많은 귀족이나 사제들만의 소유품이었던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해주는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쿠텐베르크 이후 인쇄 기술이 온 유럽에 퍼져 많은 인쇄소가 생겨났고 글씨체도 다양해졌다. 이 놀라운 인쇄술의 발명은 결국 인류의 놀라운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종이와 먹, 양피지 만드는 법, 필사공이 알파벳을 어떤 방법으로 썼는지, 다 만든 책을 아름답게 제본하는 방법이라든지 잉크와 활자 만드는 법, 조판 기술까지 일일이 설명해주고 있어 동서양의 인쇄술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마지막 장에는 영월책박물관, 팬아시아종이박물관(전주), 청주고인쇄박물관, 삼성출판박물관(종로) 등 우리나라 책과 인쇄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놓았다. 아이들과 한번쯤 직접 찾아가보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따로 설명해놓아 사전을 찾는 수고를 덜어준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