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일상이 너무 바쁘다.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빨간 노을을 등에 지고 해질녘까지 놀아야 직성이 풀리던 나의 어린시절에 비하면
참으로 삭막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단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데 이 시집 ‘나무는 즐거워’는 공부와 각종 학원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 아이들의 건조한 일상 속에선
도통 발견해 낼 수 없을 것 같았던 자연의 순수함을 캐내어 정신을 맑게 해 준다.
나무만 즐거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도,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어쩜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재미난 상상력을 발휘했는지 시 한 편 한 편이 뜻밖의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아그배나무를 비롯해서 제비꽃, 애기똥풀꽃, 개불알꽃 등의 식물과 그 식물에 공존하는 매미, 개미, 까치집 등 동물을 소재로
자연이 아이들의 동무이고 선생님이고 놀이터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하게 한다.
쉬하고 싶어서
개불알꽃은 불알이 탱탱
어서 쉬하고 싶어도
풀밭이 젖을까 봐
참고 참다가
불알이 탱탱
쉬하면 안 돼
쉬하면 안 돼
잎새들이 말려
아직도 쉬 못하고
불알이 탱탱
‘개불알꽃’이란 시이다.
이기철 시인의 말대로 따뜻하고 폭신하며 나긋나긋한 느낌을 받으며 앞의 시들을 쭈욱 읽어오다가,
이 시를 읽고는 깔깔깔 소리내어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쩜 이렇게 꽃의 모양과 이름에 맞게 재미난 상상력과 재치를 발휘해서 유쾌한 시를 썼는지
그림에서 울고 있는 개불알꽃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마음은 옆에서 혀를 낼름 내밀고는 시원하게 쉬를 하는 강아지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ㅎㅎㅎ
그런가 하면,,,
아이가 느티나무에게 물었어
느티나무 아저씨, 아저씨는 왜 그렇게 키만 컸어요?
느티나무가 대답했지
늘 즐거우니까 키가 컸단다
아이가 느티나무에게 물었어
열매는 왜 호박만 하지 않고 참깨만 해요?
느티나무가 대답했지
내가 호박만 한 열매를 떨어뜨리면
그 아래 노는 너희들이 다치지 않니
아이가 느티나무에게 고맙다고 인사하자
느티나무는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
오냐, 마음 놓고 놀다 가거라
‘느티나무의 마음’이란 시는 참으로 겸손하다.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베풀어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아이들에게 일깨워 주는 것 같아 가슴 밑바닥까지 훈훈해진다.
예순이 넘는 노시인이
이렇게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일은 참으로 행복하겠단 생각이 듬뿍 드는 동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