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8살된 딸이 있다.
그 딸아이가 태어나 백일을 조금 넘긴 어느날, 남편과 함께 대형할인점에 가서 아이의 베개를 하나 사가지고 왔다.
토끼를 닮은 노오란 인형 베개에게 이름을 붙여주면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 토끼의 끼를 따서 “끼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어린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이름이 같다는 사실을 몰랐다.
단지 아이가 부르기 쉽도록 하기위한 것 뿐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그토록 “끼끼”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는 어디를 가든 꼭 “끼끼”를 데려갔다.
실수로 “끼끼”를 두고 시골 외가나 친가에라도 가면, 아이는 밤새 울며 “끼끼”를 찾았다.
밤에 잠 들 때 엄마는 없어도 울지 않는 아이가, “끼끼”가 없으면 잠드는 것을 무척 힘들어 했다.
“끼끼”를 빨기라도 하는 날은 더 했다.
아이에게 “오늘은 끼끼가 목욕을 했는데, 아직 젖어서 함께 잘 수 없단다.”라고 말을 해 보지만, 아이는 “젖은 끼끼가 빨래줄에 잘 있는지 궁금해요.”하며 울면서 확인해 본 후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그러고도 몇 번을 더 깨어나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해 보기를 여러번 반복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지를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와 7년을 함께한 “끼끼”는 지금도 아이 곁을 지켜주고 있다.
이제는 심하게 낡아 언제 헤질지 모르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절대로 “끼끼”가 없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는 “끼끼는 내 첫번째 친구니까.”라고 대답한다.
이런 딸 아이와 함께 “곰 인형 일요일”을 읽었다.
책 속 빨랫줄에 매달린 곰 인형 일요일의 모습은 아이의 베개인형인 “끼끼”를 세탁해서 빨랫줄에 널었을 때의 모습과 똑같았다.
아이도 그 모습이 바로 “끼끼”같다며 반가워했다.
이 책은 주인공 소년과 곰 인형과의 추억을 담고 있었다.
곰 인형과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었다.
특이할 만한 내용은 바로 환상적인 꿈이야기가 주인공 소년과 곰 인형 일요일과의 관계를 잘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은 아이는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과 너무도 닮은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기에 그러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뒷이야기는 다르지만 재미있었다며 읽어보라고 권했다.
엄마가 읽어 본 곰 인형 일요일은 과연 아이가 뒷 이야기를 잘 이해했을까였다.
아이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고, 아이의 시선으로 그 상황을 생각하는 듯 했다.
한마디로 엄마의 괜한 기우였던 것이다.
아이는 자기도 어렸을 때 볼일 볼 때 “끼끼”를 옆에 앉혀 놓았었는지 등을 물으며 책 속 주인공과 자신의 행동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식사할 때 숟가락에 밥을 떠 먹이는 시늉을 하며 최근까지 놀았기에 아마 본인도 악셀이 했던 모든 것을 똑같이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 것 같다.
이 책의 지은이이자 주인공 악셀…악셀은 묻는다.
“내가 일요일을 사랑하는 것 만큼 일요일도 똑같이 나를 사랑할까?”
이 질문은 우리 아이가 했던 물음이기도 했다.
이것이 아이들의 마음이란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