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왜 학교에 가야 할까?
자기 키의 반정도 되는 커다란 가방에 보조가방까지 매달고 서서
입을 꼭 다문 채 서 있는 남자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앞모습이 아닌 옆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마치 학교에서 등을 돌리고 싶은 답답함을 드러내는 듯 하여 서글프지만
그래도 아직은 미련이 있는 양 고개를 돌려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희망을 읽는다.
독일의 저명한 교육학자이자 학교 문제 전문가라는 하르트무트 폰 헨티히는 과연 이 아이의 발길을 어떻게 돌려 놓을까? 어떤 말로 이 아이의 아픔을 달래주고 희망을 심어줄까?
기대가 커서일까? 마지막 책장을 넘겼지만 솔직히 난 그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물론 하르트무트의 논리전개에 비약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하르트무트의 생각에서 오류를 발견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학자 특유의 탄탄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학교의 의의 및 역할 그리고 역기능은 물론이고
나아가 학교의 주체로 서기 위해 학생 및 학부모가 해야 할 일들까지를
아주 자세하고 쉽게 조모조목 예를 들어가며 잘 설명해 주었다.
게다가 조카인 토비아스에게 보내는 편지 곳곳에서는
진심어린 애정과 관심이 묻어나오며 오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혜와 노련함까지 엿볼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독일의 교육현실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흔히 유럽의 교육은 우리의 교육보다 우수하다고 여기고,
우리의 교육현실만 비극적인 양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말이다.
왕따, 희생양, 재수 없는 아이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도하고 슬프기도 했다.
그렇다면 비슷한 교육환경을 염두에 두고,
탄탄한 이론적 배경에 지혜와 노련함까지 겸비한 노학자의 다정하고 진심어린 충고에서 난 왜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했을까?
책장을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머릿속에 점점 선명하게 떠올랐다.
힘들지만, 문제점이 많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것이고 지켜야 하는 것이기에 학교에 가야한다.
대신 학교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곳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학교를 등진, 적어도 등지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학교를 가야하는 이유를 몰라서라기보다 학교라는 제도가 자신에게 너무나 버겁고 힘겹게 다가오기에 그러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명쾌한 해답을 얻겠다는 생각부터가 나의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 하르트무트의 편지를 통해 내가 평생 몸담고 있고 앞으로도 몸담을 학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고, 보다 바람직한 교육의 상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