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제천으로 이사간 딸아이의 친구 중에 은지라는 녀석은 선생님 놀이를 무척 좋아한다. 집에서도 놀이터에서도 학교 놀이를 하자고 하고 맨날 자기만 선생님을 하려고 한다. 친구인 내 딸아이도 자기 동생, 친구 동생까지 모두 학생으로 앉혀 놓고 어찌나 야단을 잘 치는지 잔소리쟁이 선생님이 될 확률이 무척 높은 아이다. 내 딸 아이나 그 녀석이나 맏이이고 성격들이 고지식해서 선생님이 된다면 제 맡은 바 임무를 잘 해낼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은지 생각이 났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선생님을 보며 ‘나도 저 선생님처럼 멋지고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가끔은 옳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시는 선생님을 보며 ‘나는 저런 선생님은 싫다’는 생각과 함께 다른 선생님들께도 선입견을 가질 수 도 있는 것이다. 그만큼 선생님이란 위치는 어려운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 릴리가 담임 선생님인 슬링어 선생님의 반이 되어서 좋다는 말을 할 정도인 것을 보면 슬링어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신가 보다. 릴리가 슬링어 선생님처럼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애교스럽게 잘 나타나 있는 레몬 사탕 맛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스튜어트 리틀이 생각난다. 학교에서 지켜야 하는 친구간의 예절, 배려,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을 통제할 수 밖에 없는 선생님의 마음도 알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