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임사라 선생님의 동화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일간지에 연재되는 독서 지도 칼럼을 열심히 읽는 팬이다. 또 많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독서 지도와 논술을 가르치고 있어서 이 책을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에 얼른 집어들었다.
글쓰기 교육을 이런 동화 형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논술 지도에 대한 글을 읽는데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책장을 넘기게 된다. 오랫동안 독서 지도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만나 온 작가였기에 가능한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실명의 임사라 선생님이 등장해서 아이들을 지도하니 더 생생한 느낌이 든다.
임사라 선생님이 글쓰기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 세 명을 데리고 글쓰기 탐정단을 만든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읽히는 책이 명탐정 셜록 홈스의 추리 소설이라서 더 흥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다. 4학년인 우리 딸도 논리적인 글쓰기에 대해 수업하는 부분은 좀 지루했지만 홈스의 추리 소설 읽는 재미에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고 고백했다.
탐정단을 이끌어가는 세 아이들의 티격태격도 실제 글쓰기 수업에서 마주하는 상황이라 더 실감이 난다. 글을 잘 쓰지만 더 완벽한 글을 쓰고 싶어하는 주혜, 글쓰기를 할 때마다 주제를 벗어나는 은혜, 만화만 좋아해서 문장력과 어휘력이 부족한 창대가 탐정단의 삼인방이다. 세 아이들의 글쓰기 유형을 보면서 ‘바로 내 아이 혹은 바로 나’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추리 소설을 읽은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홈스의 추리 과정을 뒤집어보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논리의 빈틈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은 홈스에게 빈틈을 들이대며 반론을 제기하거나, 무죄로 판명된 범죄자를 고발하거나, 죄인을 위해 탄원서를 써 보면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글쓰기 과정을 하나하나 익혀 나간다. 또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 보는 과정에서 잘 쓴 글과 엉성한 글의 차이를 발견하고 좋은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 최고의 글쓰기 비결이라는 사실도 알려 준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일기에서 시작된 엄마들의 글쓰기 고민은 고학년이 되면 논술로 이어진다. 이 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는지 2달 동안의 유쾌한 수업 과정을 통해 보여준다. 창대나 은혜 같은 글맹이 글짱으로 변신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불끈 솟기도 한다.
글쓰기의 기본은 다양한 독서를 통해 상상력 키우기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알고는 있으나 실천이 안 되니 당장 임사라 선생님께 달려가 한 수 가르쳐 달라고 엎드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일단은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내 글의 문제점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