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에트의 대모험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9월 4일 | 정가 12,000원

<바바야가> 러시아의 옛이야기 / 타이마르크 르 탕 글 /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 김예령 옮김 / 비룡소

바바야가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체코, 폴란드 같은 슬라브 지역의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우리나라 옛이야기에 도깨비나 호랑이가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바바야가는 지역에 따라 숲에 사는 나이든 마녀나 마법사로 불리기도 하고

숲의 정령들을 이끄는 신비로운 존재로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바바야가는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심술궂고 무시무시한 마녀로 그려진다.

 

그림을 그린 레베카 도트르메르는 독특한 스타일로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명이기도 하다. 그리고 타이마르크 르 탕과는 부부사이이다.

바바야가는 구아슈라는 물과고무가 섞어 만든 불투명한 수채 물감으로 그렸다고 한다.

장면마다 일부러 긁어 만든 듯한 스크래치들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면서

옛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첫 페이지에 보이는 단체 사진은 왜 바바야가가 아이들을 잡아먹는 식인귀가 되었는지의 역사를 보여주는

한장의 사진이다.

모두 즐겁게 이를 드러내며 찍은 사진에 가운데 이가 하나뿐인 바바야가 만이

눈썹이 치겨올라간 심술궂은 모습이다.

그 이유는 바바야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엄마, 아빠 그 누구도 바바야가를 위로해 주지 않았다.

 

바바야가는 다른아이들과 비슷해지고 싶어서

휘파람 부는법, 거짓말하는 법, 트림하는 법도 익혀보지만

이빨 하나만으로는 음식물 씹는 법을 익히기에도 힘들었다.

 

여전히 친구들은 바바야가를 놀려댔고

자연히 바바야가는 더 더 심술궂은 아이가 되고 말았다.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는 다름이 곧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여자아이인데 머리가 짧다거나 남자아이인데 줄넘기를 못하는

것만으로도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어린아이들 조차 뚱뚱한걸 놀림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누군가를 괴롭히고 집단 따돌림을 함으로써 그게 악인줄도 모른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순수의 악이라고 할까~

어느날 그런 현실을 참다 못한 바바야가는 마을을 떠나고 만다.

멀리 사라지는 어린 바바야가를 누구하나 부르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은 바바야가가 어서 자기들로 부터 벗어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일하게 바바야가하고 사이가 틀어지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동생 응가야가였다.

 

또 바바야가는 원래 이름대신 바보야가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어린애를 잡아먹는 식인귀가 된 바바야가는 전보다 훨씬 더 심술궂어졌어.

 

병이 없어도 백사람이 손가락질하면 병이 온다고 하는데 인간 사회에서

고립되고 소외된다는 사실 외톨이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반대로 타인에게 희망이 되기도 하고 무심히 지나친 타인에게서 위로를 받기도 하는게 삶이다.

바바야가의 모든 글은 붉은색을 입고 있다.

아주 붉은 핏빛은 아니고 적당한 붉은빛이다.

하지만 그림은 붉은색과 검은색이 대조적으로 섞여서 묘한 환타지를 제공한다.

음산하면서도 외로움 생의 불꽃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특히 얼굴을 온통 천으로 감싼 바바야가의 옆모습은 외롭고 힘든 바바야가의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바바야가 어린애를 잡아 먹는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이 하나로는 어린애를 먹는건 무리일 것이다.

바바야가는 7살때 성장이 멈춰서 어린아이 친구가 계속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 역설적으로 <자글자글 어린애 구이집>이란 무시 무시한 이름의 식당을 낸 건,

친구가 필요했지만 또 어린시절 친구들에게 받은 모욕과 상처가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다 잊은듯 무심한듯 살고 있지만,

지금의 성격, 문제 해결 대처법 등 생의 많은 경험들을 어린시절의 일들로 채워가고 있다.

다만 은근한 속임수로 그걸 감추고 살고 있을 뿐이다.

어린시절 부모님한테 받았던 칭찬, 질책 등을 내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또 엄마가 아빠에게 하는 모습 반대로 아빠가 엄마에게 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에게 아내에게

비슷한 패턴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아기의 긍정경험 사랑경험이 아이의 평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알 수 있다.

 

그렇게 혼자 지내던 바바야가가 집에 먹을게 떨어져 동생 응가야가에게 연락을 한다.

응가야가는 마침 미에트라는 어린딸을 가진 시골 홀아비와 결혼한 뒤였다.

미에트는 한조각 빨간 하트처럼 예뻤다고 표현한다.

한조각 빨간 하트처럼 예쁘다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응가야가는 귀찮은 미에트를 언니에게 보냄으로써 없앨 계획을 세운다.

이런 패턴은 백설공주도 헨젤과 그레텔에서 바리공주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자신들의 욕심때문에 저주때문에 그렇게 자식을 버린다.

좀 무섭고 잔인한 생각도 들지만, 주먹이나, 밥장군등 옛이야기 속에는

부모가 자식이 스스로 독립하길 바라면서 집을 떠나 보내는 설정들도 많다.

 

즉 미에트도 새엄마에 의해 역경에 처하게 되지만 지혜롭고 용감하게

그 역경을 헤쳐 나옴으로써 유아기에서 청소년기 성인기로 넘어가는

하나의 통과의례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그뒤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지해져 숲속의 바바야가 집에 도착한

미에트의 대 탈출극은 점점 환타지에 빠져들게 하면서 그림을 통해 두려움과

갈등을 최고조에 이르게 한다.

 

마지막, 집에 도착하고 아빠에게 모든 이야기를 하면서 새엄마는 쫓겨나고

미에트의 소름끼치는 모험은 이미 지나간 악몽이 된다.

아마도 이제 미에트에게 더 큰 어려움이 닥쳐와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나는 믿음이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숲에 사는 바바야가는 배가 고파서 밖에 나갈 힘조차 잃은

늙고 연약한 할머니가 되어 부엌에 앉아 있다.

 

무섭고 전혀 대항할 수 없는 존재같았던 바바야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나약한 모습 뿐이다.

인생의 모든 걱정과 근심은 사실 일어날 확률은 70%은 없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그 걱정을 짊어진채 스스로 작은 감옥을 만들어

자신을 가두어 버리는 것이다.

 

미에트처럼 두꺼비같은 작은 생명에도 관심을 갖고 사랑을 나누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고난을 이겨내는 힘을 얻기도 하고 나눌수도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옛이야기가 주는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이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이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의 여유와 지혜를 배우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그림 자체만으로도 작은 미술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다.

4-7세 혹은 초등 전반의 아이들까지 두루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우리 옛이야기중 바바야가와 같은 존재 찾아보기?

미에트처럼 모험을 통해 용기와 지혜를 얻는 주인공 찾아보기?

만약 내가 바바야가라면 혹은 미에트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리고 바바야가의 어린시절 왕따 당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그렇다면 대처방법에는 무엇일까 등 다양한 발문(생각을 열리게 하는 질문)을 통해

한 권을 책을 통해 멋진 여행을 즐길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