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소개할 책을 정리하면서, 가끔씩 마음 속에 떠 오르는 책이 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무렵, 우리 집은 아주 잠깐 서점을 한 적이 있었다. (장사는 참 안 됐던 것 같다.) 그 때 공짜로 잡지를 보았던 기억도 나지만, 서점을 그만 두고 남겨진 책들을 가끔씩 들춰 보던 기억도 난다. 그 때 읽었던 책이었는데, 작가도 모르겠고, 출판사도 모르겠고, 내용도 하나 기억이 안 나는 어떤 책이 있다. 제목이 <<첫사랑>>이었던 것도 같은. 내가 읽은 것은, 1권이었는지, 상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한창 사춘기 때 읽었던 그 책은 참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던 내용이었다. 그 당시에는 뒷편을 사서 읽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 보면서 그 책의 작가나 제목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믿지 못할 우리 기억 땜시 기록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준 적이 있다. 이 이야기를 한참 하니 아이들이 “첫사랑, 그 책 학급문고에 있잖아요.”그런다.
이 책이 아이들이 말하는 바로 그 책이다. 물론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은 아니다.
초등학생 시절에 느끼는 사랑의 감정, 그 감정을 아이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잘 묻어 두었다. 이 책도 불쌍한 아이들이 나와서 맴이 조금 아픈 그런 책이다. 숙자의 엄마가 죽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숙자가 아빠에게 맞고 살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숙자의 옌벤에서 온 새엄마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5학년 숙자와 4학년 훈이 사이에 있었던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는 그런, 아니 작가는 이걸 분명히 사랑의 범주에 넣고 있으니 사랑이라고 하자. 우정과는 다른 그 어떤 감정이 분명 있으니… 그 사랑의 이야기를 만나 보는 것도 괜찮겠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인데, 숙자와 훈이는 너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맘속 생각만 많이 품고 사는 것 같다. 그래도 훈이가 다시 서울로 떠나는 날 운동회 때 훈이 손을 잡고 뛴 숙자 손에 쥐어졌던 그 쪽지의 내용이 공개 되어 다행이다. 운명경주에서 숙자가 집어 든 쪽지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니, 훈이가 떠나는 길에 “안녕, 숙자 누나. 나의 첫사랑.”이라고 내뱉을 수 있어 그것 또한 다행이다. (비록 입속말이었지만)
우리 반에도 공식 커플이 있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되돌아 볼 초등학교 시절은 어떤 빛깔로 남겨질까? 숙자와 훈이처럼 그 아이들의 이야기가 남겨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