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언제부터 경제에 대해 알게 하는 게 좋을까? 요즘 부모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돈이나 경제에 대한 관념을 심어주려고 한다. 심부름할 때마다 용돈을 주거나 용돈기입장을 쓰게 하는 정도는 아주 기초적인 것이고, 아이들이 경제에 대해 좀더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길은 역시 책이 최고인 것 같다.
이 책은 아주 재미있는 경제 동화다. 이것저것 나열해놓은 지식책이 아니라 동화를 읽다 보면 경제 원리는 덤으로 알게 된다. 한번 읽고 나면 회사 설립을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어떤 위험이 닥쳐올 수 있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광고는 왜 해야 하는지, 세금은 왜 내야 하는지 등의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어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흘려 들었던 경제 용어를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어서 어른인 나에게도 아주 유익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던 스텔라가 컴퓨터 도사인 사촌오빠다니엘과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회사를 차리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주인공과 같은 열네살 정도의 아이가 본다고 해도 대차대조표, 독점, 무담보 소액 대출, 블루오션, 부가가치세 등 낯선 경제 용어들이 수시로 나온다. 그런 용어들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아이들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예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다.
값비싼 운동화를 갖고 싶어 하다가 값이 싼 모조품, 즉 짝퉁에 관심을 갖는 스텔라의 동생 이야기도 재미있었던 부분이다. 20만원짜리 정품 운동화가 모조품이 만들어지고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3만원이라는 헐값에 팔리는 이유와 그런 불법 복제품을 사면 안 되는 이유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터무니없이 싼 물건이 인터넷 경매에 떴을 때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책 속에서 아주 반가운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무하마드 유누스. 그는 방글라데시에서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해주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다. 유누스는 이 업적을 인정받아 2006년에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무담보 소액 대출 제도는 전세계로 퍼져 나갔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라고 한다.
나이가 너무 어려서 그런지 스텔라와 다니엘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발전시켜가는 과정이 사실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열네 살, 열다섯 살은 공부할 때라며 회사 차리는 건 모두 말렸을 듯한데 스텔라의 부모와 주변 사람들은 모두 두 아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하지만 직접 뛰어다니면서 도와주는 대신 방법을 알려주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전문가를 소개해주는 정도다.
난 스텔라 엄마나 다니엘 아빠랑은 너무 비교되는 엄마다. 시간만 나면 만화를 끄적이는 딸에게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곤 했는데 앞으로는 아이들의 재능을 좀더 눈여겨보고 응원해주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초등 5학년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