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실제 피란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의 품에서 성장해 가는 사춘기 소녀의 행복하면서도 불안한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1993년 ‘피닉스 상(Phoenix Award)’을 수상 했다. 이 작품은 2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열한 살 소녀 캐리와 남동생 닉이 부모와 떨어져 웨일스 산골 마을에서 보낸 1년간의 피란살이를 담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이 장기화되고 런던마저 폭격의 위험에 처하자, 나라에서는 아이들만 따로 기차에 태워 시골로 피란을 보낸다. 이 작품은 전쟁터를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암시적으로 전쟁의 고통이나 그로 인해 사람들이 겪는 아픔들도 보여줌으로써 얼룩진 어른들의 세계를 때 묻지 않은 소녀의 시선으로 읽어낸다. 캐리는 가끔 상상속의 옛날로 돌아가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캐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왔을 땐 어릴 때의 기찻길은 이미 폐쇄되어 있다.
캐리는 자신의 남동생 닉과 함께 에번스 씨의 집으로 가게 된다. 에번스 씨는 엄격한 분이지만 반면에 루 이모는 캐리와 닉에게 친절하게 대해준다. 크리스마스 이튿날 루 이모가 아파서 캐리와 닉이 에번스 씨의 누나(자러가 부인)의 집에 거위고기를 가지러 가게 된다. 자러가 부인은 광산 주인과 결혼을 했는데, 에번스 씨의 아버지가 탄광에서 사고로 돌아가신 후 에번스 씨와 멀어지게 되었다. 자러가 부인이 사는 ‘드루이드 바닥 집’에 가려면 상록수가 빽빽한 드루이드 숲을 가로질러야 한다. 선사시대의 무덤과 병을 낫게 하는 샘물이 있는 드루이드 숲에는 무시무시한 옛이야기와 전설이 무성하다.
그렇게 드루이드 바닥 집(자러가 부인의 집)에 간 캐리와 닉은 그 집에서 ‘마녀’로 불리는 신비로운 가정부 헵시바 아줌마를 만나고, 시골로 올 때 만났던 앨버트 샌드위치도 만난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던 어느 날, 자러가 부인이 돌아가신다. 그러자 에번스 씨는 햅시바 아줌마가 물건들을 숨겨둘까 봐 드루이드 바닥 집을 샅샅이 뒤진다.
에번스 씨와 루이자, 에번스 씨의 누나 자러가 부인. 결국 삼 남매의 해묵은 갈등과 캐리와 닉의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드루이드 바닥 집은 불타고, 그 모습을 떠나가는 기차 차창 너머로 목격한 캐리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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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로 돌아온 캐리와 아이들이 드루이드 바닥 집을 다시 찾아가고, 그 집에서 살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긴다. 그때 불이 난 이유, 앨버트와 헵시바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남기고 말이다.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재회할 지 상상해 보는 즐거움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설렘으로 끝을 맺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