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나의 명원화실」은 작가 이수지 씨의 자전적인 그림동화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스스로의 그림에 오만한(?) 자부심을 가진 주인공 소녀 ‘나’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림을 좋아해서 곧잘 그리지만 단 한번도 ‘진짜 화가’를 만나본 일이 없는데, 마침 살고 있는 동네에 ‘명원화실’이 들어선다. 진짜 화가에 대해 상상했던 모든 이미지가 그대로 들어맞는 ‘진짜 화가’와의 만남은 소녀로 하여금 새로운 그림의 세계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된다.
‘세상을 뚫어지도록 열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나요. 그렇게 열심히 살펴본 것이 내 마음속에 옮겨지면, 그걸 조금씩 조금씩 그려 나가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 14쪽
이전에 갖가지 색깔을 써서 빽빽하게 도화지를 채웠던 그림은 진짜 화가의 가르침으로 사물을 진지하게 살펴보며 오로지 연필로만 그날의 느낌을 그려보는 가운데 정확히 감지하진 못하지만 깊이가 생긴 듯하다. 어찌 보면 지루하기만 한 작업을 소녀는 참 잘도 따라한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지루하고 어려운 부분도 참아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다.
명원화실이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온통 잿더미가 되어 더 이상 진짜 화가도, 자신이 그린 바가지 그림도 모두 사라져버린 것을 보고 꿈인가 싶었지만, 그래서 명원화실도 진짜 화가도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만 소녀의 기억에는 오래도록 남는다. 언젠가 소녀의 생일에 진짜 화가가 직접 만들어 준 생일카드의 그림처럼 누군가에게 ‘따끔 따끔한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며 진짜 화가를 그리워한다.
「나의 명원화실」은 서툰 아이의 그림 같은 삽화에 ‘진짜 화가’를 만나 화가의 길로 들어선 이수지 씨의 이야기가 그림처럼 ‘따끔 따끔한 느낌을 주는 글’과 함께 실려 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녀의 이야기가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한참 동안 내 가슴을 따끔 따끔하게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무엇에 소질이 있는지, 그로 인해 행복을 느끼고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면 그 사람은 정말 타고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한 미래에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동안에 자신의 소질을 깨달은 사람들은 그것을 갈고 닦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수지 씨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