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쁘고 따뜻하고 웃긴 책을 보았다. 그 책 이름은 바로 <깜장 콩벌레>
처음에는 벌레의 표정이 웃겨서 책을 집어들었는데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첫장부터 읽어가면서 보통 책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글이 너무 아름답다. 그냥 상투적으로 쓴 곳이 없다. 의성어도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것들을 쓰는가 하면 풀을 포슬포슬하다고 이야기한다. 글도 이렇게 동시의 맛을 흠뻑 내주고 있지만 그림도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그냥 꼴라주인가보다 했다. 천으로 그냥 꼬매는 그런 종류. 하지만 이건 단순한 골라쥬가 아니라 드로이에서 시도할 수 있는 소재와 형식의 자유로움이 활기를 치고 있었다. 예술적인면이 아주 풍부했다. 깜장 콜벌레가 살고 있는 숲을 드로잉으로 마음껏 표현해서 보는 사람의 마음도 그 숲의 풍성함에 빠져들어 그곳을 어느덧 걸어가고 있는 듯하게 말이다. 글도 그림도 예술적인 면이 풍성하게 표현되었다. 와 이렇게 그림책 수준이 높다니. 외국의 그림책만 수준이 높고 한국 그림책 수준은 .. 노력을 많이해야해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아주 귀여운 콩벌레는 아주 소심한 녀석이다. 그래서 이슬 한 방울에도, 예쁘게 떨어지는 배꽃에도, 작은 새똥에도 놀라 몸을 도르르 말고는 콩인 척 자기를 숨긴다. 얼마나 자지러지게 놀래는지 나도 콩벌레처럼 심장이 콩당콩당 뛰고 금세 넘어질 것도 같아 간신히 이야기를 따라 걸어갔다. 그런데 마지막 콩인척하고 가만히 있는 콩벌레 앞에 나타난 노란 신발과 우산… 그 녀석들의 말은 콩벌레를 정말로 놀라게한다. 콩인줄 알고 반으로 쪼개겠다는 것이다. 어쪄랴. 이제 더이상 콩벌레는 콩인척 하면 안되는 순간이 오고야 만 것이다. 갑자기 쿨한척 나 콩 아니야! 말하고 자기의 길을 유유히 걸어가는 저 모습. 푸훗.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부함을 그림책으로 알려주기에 정말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