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는 해본 적이 없는 행복한 엄마다. 특히 지방에 내려와 살면서 한가하기 그지없는 나날들을 보내다 보니 아이나 어른이나 독서는 그냥 생활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밥은 안 먹어도 책은 안 읽을 수 없다는 말까지 하게 된 건 모두 엄마인 내 덕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 처음 책을 산 게 큰아이 돌 무렵이었다. 그때 처음 샀던 책이 보림에서 나온 <갯벌이 좋아요>와 <숨쉬는 항아리>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책을 사는 요즘 엄마에 비하면 한참 늦은 시기였다. 그후 도서관에 들락거리면서부터는 괜찮다 싶은 책은 무조건 사서 아이에게 시도때도 없이 읽어주었다. 큰아이가 4학년, 작은아이가 2학년이 될 때까지 10여 년 동안 나의 책읽어주기는 계속 되었다.
그리고 내가 좀더 신경 써서 아이들과 한 게 있다면 독후 활동이다. 책을 읽고 나면 머릿속에 함께 하고 싶은 독후 활동들이 마구 떠올랐고, 집안이 지저분해지거나 말거나 아이들이 하고 싶은 짓 다하도록 멍석을 깔아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독후 활동을 하고 싶은 재미에 더 열심히 책을 읽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내가 독서지도사, 독서치료사 자격증도 땄고, 독서논술 선생님으로 활동도 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아이들이 책을 잘 읽는 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할 때마다 그냥 내 경험을 이야기해주곤 했다. 하지만 이젠 내 경험과 더불어 권해줄 책이 한 권 생겼다. 임사라 선생님의 <내 아이를 책의 바다로 이끄는 법>이 바로 그 책이다. 중앙일보에 연재한 칼럼을 책으로 묶은 것인데, 내가 그 신문을 끊고 싶은 걸 꾹 참고 2년여 동안 본 건 모두 임사라 선생님의 독서 지도 칼럼을 읽는 재미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책으로 나온 선생님의 칼럼을 다시 읽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임사라 선생님의 독서지도법을 읽다 보면 나랑 참 많이 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단 엄마가 책을 읽어라, 책과 놀게 만들어라, 필독서를 너무 강요하지 마라, 주제별로 책을 읽혀라, 너무 수준을 따지지 말아라, 많이 읽는 것보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혀라, 읽고 여럿이 말하게 하라, 쓰기 싫은 독후감 억지로 쓰게 하지 마라 등.
통통 튀는 어투와 재미있는 일화가 곁들여진 이야기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갔나 싶을 정도로 엄마와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면서 책과 친해지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그 방법들이 그리 어렵지 않고, 아이들의 증상과 수준에 맞는 책을 일일이 제시해줘서 당장이라도 실천해보고 싶어진다.
처음 독서 지도를 시작하는 엄마와 책을 안 읽어 걱정인 아이를 둔 엄마, 책을 제대로 읽히고 있는지 늘 걱정인 엄마들을 위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