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전래동화 7 구렁덩덩 새 신랑
<입이 똥꼬에게>로 황금 도깨비상을 수상한 박경효 님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책입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조금씩 다른 이야기 전개와 그림을 즐기는 맛이
또 전래 동화의 특별한 재미지요.
한국화의 특징인 자유로운 붓 선과 다채로운 색감이 잘 살아있는 그림이
가장 먼저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거기에 정겹고 입에 쫙 붙는 글 맛 역시 그림과 어우러져
우리 전래동화의 맛과 멋을 한껏 살리고 있어요.
판소리에서 고수가 북을 치며 소리꾼의 장단을 맞춰 주는 느낌을 살리는
첫머리(아이고! 동동 쿵딱쿵! )와 이야기의 마무리 부분(쿵딱!)이 이채롭습니다.
아기를 구경하러 온 옆집 정승 댁 세 딸의 모습은
독 속에서 바라보는 구렁이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착한 셋째 딸은 구렁이를 보고 ‘구렁동동 새 신랑’ 이라며 미소를 짓지요.
겉모습만 보고 사람이나 물건을 판단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속깊고 현명한 셋째 딸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마음씨 착한 셋째 딸과 구렁이는 혼인을 하게 되지요.
구렁이 담 넘어간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재미있는 그림입니다^^
상상력이 한껏 발휘되는 이 이야기는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이야기를 즐기는 맛이 더욱 크답니다.
전통 혼례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한 이런 페이지에서도
작가의 역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이야기의 클라이막스, 첫날밤 구렁이가 잘생긴 새신랑으로 변하는 장면입니다.
꿀단지, 기름단지, 밀가루 단지에 차례로 들어가 뒹굴고 나더니…
( 이 부분은 간장, 꿀, 밀가루 등 책마다 조금씩 다르더군요.)
이렇게 훤칠하고 잘생긴 새신랑으로 변신했답니다.
엿보던 언니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도 보이네요^^
새신랑은 과거를 보러 가면서
구렁이 허물을 절대 잃어버리거나 태워버라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옛이야기에는 꼭 이런 약속이 등장하지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주인공이 고난을 겪게 되는…^^)
셋째 딸의 신랑을 찾기 위한 고된 여정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지혜롭고 인내심 강한 모습이 부각됩니다.
언니들 탓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므로
고난과 역경도 마다 않고 새신랑을 찾아 나서는
셋째 딸의 용기와 의지는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가치관을 심어 줍니다.
현실성과는 거리가 있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지만
전래동화가 갖는 중요한 가치가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싶어요.
두 사람의 사랑과 믿음은 결국 어려운 상황에서도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고 새로이 부부의 인연을 맺게 했습니다.
둘은 아무때에 아무 데에서
앞산 안고 뒷산 지고 딸 아들 달고 달며
호호탕탕 잘 살았답니다. 쿵딱!
참 정겹고 구수한 마무리가 아닐 수 없지요^^
역시 고수의 추임새와 북장단 같은 쿵딱! 이 경쾌한 느낌을 더해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