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 박연철..
여러번 언급을 했지만 우선 신선하고 기발하고 독창적인 작가의 자기 소개서가 마음에 드는 작가다. 그림책 작가라는 타이틀에 제대로 딱 들어맞는 마음을 지닌 듯한 인상이 풍기면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작가다.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들의 자기 소개서만 모아봤더니 그것만으로도 이야기 하나가 뚝딱 만들어질 것처럼 재미있다.
이건 비밀인데요, 사실 난 지구인이 아니랍니다.
지구로부터 아주 먼 곳에 있는 너무멀어자세히안보면잘안보여 별의 왕이에요.
그 별에는 신기한 물건들이 아주 많아요. 네모난 자전거에서 거꾸로 자라는 나무까지……
하지만 그곳에는 ‘이야기’란 것이 없어 하루 종일 심심하답니다.
그래서 지구에 몰래 와서 조금씩 이야기를 모으고 있는 거예요.
이야기 주머니에 재미난 이야기가 가득 채워지는 날, 난 내 별로 돌아갈 거예요.
혹시라도 나중에 내 별에 들리시거든 꼭 날 찾아 주세요.
지구에서 코딱지라고 부르는 말린 별빛가루로 만든 맛있는 차를 대접해 드릴게요.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의 작가 소개글
지구로부터 아주 먼 곳에 내가 왕으로 있는 킹스턴이란 조그만 별이 있어요.
그 별에는 수다 떠는 걸 아주 좋아하는 개똥지빠귀 한 마리가 살고 있지요.
어느 날 그 개똥지빠귀가 내게 와서 그러는 거예요.
“정말 재미난 얘기가 하나 있는데 들어 보지 않을래?”
이 이야기는 그 개똥지빠귀가 들려준 거랍니다. –‘어처구니 이야기’ 작가 소개글
<개미와 물새와 딱따깨비>를 그리면서 자신에게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림을 한 장 한 장 그릴 때마다 이마가 자꾸자꾸 벗겨지고, 허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입이 조금씩 나왔다는 것이다. 혹시 길을 지나다가 입이 주욱 나오고 허리가 가늘고 이마가 벗겨진 누군가를 보거든 그 사람이 바로 작가라고 여기라고 한다. <어처구니 이야기>로 2005년 비룡소 황금도깨비 대상을 수상했으며 <망태할아버지가 온다>로 2007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손수 만든 한옥 작업실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개미와 물새와 딱따깨비’의 작가 소개글
<어처구니 이야기>는 잘 알려진 전래동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린다거나 구전되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은 형식으로 국한된 전래동화의 틀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요소를 이야기의 소재로 삼아서 전래동화의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창작품이다. 궁궐 추녀마루나 도성 성문을 장식하는 조각물을 뜻하는 ‘어처구니’에 대한 이야기 속에 지금까지도 민속신앙으로 이어지고 있는 ‘손’이라는 귀신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에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하늘나라 임금님은 하늘나라에서 온갖 말썽을 다 부리는 어처구니들을 잡아들이라고 명령한다. 거짓말로 하늘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든 이구룡, 술을 먹고 천도복숭아 나무를 몽땅 뽑아 버린 저팔계, 하늘나라 임금님과 똑같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선녀들을 골탕 먹인 손행자, 하늘나라 임금님이 아끼는 연못의 물고기를 죄다 죽인 사화상, 사람들의 죽는 날을 똑같이 만들어 말썽을 일으킨 대당사부가 바로 그 어처구니들이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일삼는 ‘손’이라는 귀신을 잡아오면 어처구니들의 죄를 용서해 주겠다고 임금님이 제안을 하게 되고 어처구니들은 손을 잡으러 나선다. 각자의 능력으로 ‘손’을 속여 사로잡기 직전에 손행자의 실수로 손을 놓치게 되고 ‘손’은 어처구니의 꾀에 넘어갈까 무서워 함부로 날뛰지 않게 되었지만 어처구니들은 하늘나라 임금님에게 벌을 받게 되었다. 바로 궁궐 추녀마루 끝에 올라가서 ‘손’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게 하는 벌이었단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고…이 책을 읽고 난 후 궁궐의 추녀마루를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는데 평소에는 어떻게 생겼는지 관심조차 없다가 정말 책 속의 어처구니들이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놀랐다. 아이도 아주 신기해한다. 소재도 재미있고 오랜 시간 자료 조사를 해서 공들여 만든 흔적들을 이렇게 만나게 된다. 이 작가의 작품이라면 다음 작품도 주저 없이 누구보다 먼저 읽을 욕심을 낼 것이다. 물론 작가 소개글을 먼저 챙겨 읽겠지만..^^ 그렇지만 자기소개만 요란하고 작품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똥폼만 잡는 작가라 무시하겠지만 <어처구니 이야기> 정도의 완성도라면 늘 버선발로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