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이의 『달님은 알지요』는 우리 근대 역사와 민족을 위한 씻김굿 같은 책이다. 역사를 되짚어 소중한 우리 것들을 환기시키는 이 아름다운 작품은 우리 민족과 역사에 대한 위로의 손길인 동시에 애정의 산물이다. 우리 것이 더 낯선 시대가 되어버렸으니, 작가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작가는 그 안타까움을 성실한 노력으로 메워 왔던 것 같다. 개정판을 내면서 송화 할머니의 말을 황해도 방언으로 바꾸었다고 했는데, 그러한 작가의 노력이야말로 지금 작가의 위치를 말해주는 소중한 증거가 아닌가 한다.
『달님은 알지요』의 배경은 그리 먼 과거가 아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막 한국이 현대화되던 무렵의 시골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작품을 읽었을 때, 현재와의 단절감이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서구화 되는 풍토와 전통적인 것을 지양하는 태도가 아마 그 괴리감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 간극을 메우려는 작가의 시도가 가치 있어 보인다. 작가는 산골에서 무당을 하는 할머니와 손녀 송화를 주인공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잊힌 우리말들도 동화에서 풀어낸다. 예를 들어 보꾹, 먼산바라기라는 말이라든지 직심스럽다는 어휘는 책에서 나타나는 구수하고 풍요로운 우리말의 한 부분이다. 또 민간신앙의 대변자인 무당을 주인공으로 세움으로써 민족적 정서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작품 안에서 등장하는 ‘한’과 ‘해원’이라는 정서는 오래도록 우리 문학에서 다루어졌다. 해방 후 6·25전쟁 시기까지 이어지는 그 정서는 어린이 문학에서도 다루어졌다.
하지만 전쟁의 그늘은 어린이 문학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그래서 외국의 작품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고생하는 아이들과 어두운 환경의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배경을 안고 있으면서도, 굉장히 현대적인 주인공이 나온다. 모든 것을 수용하고 감내하는 아이가 아닌, 아이가 마주치는 그 느낌을 잘 살렸다. 아빠를 그리워하거나 할머니의 무당 일을 원망하는 송화의 태도가 그렇다. 그래서 ‘아, 나라도 그랬겠다.’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민간 신앙을 바라보는 세상의 잣대는 폭력적이기까지 한데, 작가는 거기서 우리 고유의 것을 발견하고 들여다본다. 그래서 굉장히 따뜻하다.
또,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은 ‘희원’을 안고 있다. 할머니는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고, 영분이는 엄마를 기다린다. 그들의 소망은 아주 간절하다. 치성을 드리고 굿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 속에 투영되는 갈급함은 사건을 진행시키는 요소가 된다. 작가의 따뜻한 마음씨를 대변이라도 하듯, 사건은 해피엔딩을 맞는다. 모든 사람의 슬픔이 풀리고, 소원이 이루어져 이 작품이 씻김굿처럼 느껴진다.
작은 소녀의, 달님밖에 모르는 고민과 소원을 들여다보는 작가는 어떤 어두운 부분도 모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을 품어 주는 넉넉한 인심이야말로 우리가 계승해야할 ‘우리 것’이 아닐까? 작품을 읽으면서 나의 고민도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두고두고 여러 번 읽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