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와 제목을 보고 위탁 가정이나 고아원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예상했다. 마흔두 번째 누이라 함은 자녀가 마흔세 명이라는 뜻인데 중국 황실도 아니고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런데 정말로 누이가 마흔한 명이었다. 이 책의 귀여운 주인공 베베르 까지 합하면 이 집의 아이들은 총 마흔두 명. 아주 기가 막힌 우연으로 인해 마흔두 명의 아이들은 모두 친 남매이다.
이렇게 의식 중에 내재된 고정관념을 시작부터 깨뜨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전개 자체가 사람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정반대로 대치된다고 볼 수 있다. 아빠이면서 동시에 할아버지이기도한 일흔을 넘어선 베베르의 아빠가 또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는 것도 독자들의 예상을 깬다. 그 젊고 아름다운 새엄마 또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베베르를 부드럽게 포용해 주며 백설 공주와 신데렐라가 사람들의 인식 속에 박아 놓은 악녀의 이미지를 깨뜨려 버린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얼마든지 새롭게 사랑에 빠지고, 직접 낳지 않은 자식도 사랑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이렇게 하나씩 통념을 깨뜨린다. 그런 주인공인 베베르는?
베베르는 어쩌면 아이다움의 속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딸이 엄청나게 많은 집의 막둥이로 자란 베베르. 돌아가신 친엄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그 아이가 난데없이 나타난 새엄마에게 적개심을 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 베베르의 불안감은 새엄마가 낳아서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 버릴지도 모르는 동생의 존재로 인해 더 커진다. 동생을 낳지 말라고 억지를 쓰던 아이가 동생 비너스가 등장하는 꿈과 엄마의 병을 통해서 아주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아름다운 문체에 있다. 정원에서 뛰쳐나온 것 같은 꽃들이 모여 있는 골목길, 노을이 걸려 있는 저녁 무렵 같은 표현을 보고 있노라면 이 작가가 큰 명성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저절로 납득이 된다. 흑백 인쇄의 장점을 그대로 살린 윤미숙 선생님의 그림도 쓸쓸함과 재치를 오가며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상큼한 상상력과 현실이 알맞게 버무려진 동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