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의 전래동화 시리즈 9번째 이야기 단물 고개
표지 부터 정말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책등은 천으로 되어 있고 제목의 단물고개는 금박으로 되어 있어서 책을 소장하고 있기만 해도 든든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파란 바탕은 물을 떠올리면서도 총각의 순수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색이기도 하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옛날 옛날 한 옛날”로 시작해서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줄 알고 긴장 하면서 몇 장을 넘기니 그제서야 제목이 나온다.이 도입부분에서부터 옛날이야기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순박한 산골 총각은 나무를 하면서 어머니를 극진히 모신다.
어머니와 총각의 단순하면서도 반복되는 대사는 읽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어머니의 짧은 안부 말에서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마치 울 할머니의 말씀을 듣는 듯한 느낌도 든다.
옛이야기의 매력은 그런게 아닌가 싶다. 처음 읽지만 어디선가 들은 듯한 말인듯하고 또 그말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시던 말투와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고 하는 거 말이다.
순박한 산골 총각이 단물 샘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순박에서 욕심꾸러기로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나 잘 그려져있다.
순박할 때의 총각은 푸른 색, 그리고 욕심에 휩싸인 총각은 주황색으로 덧입혀 그려져있다.
총각과 더불어 주위의 사물도 주황색으로 변해 갈때는 벌써 총각의 욕심은 욕심에서 욕망으로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잃게 해버린다.
한 바가지 퍼내고 한참 기다려야 한바가지 물을 퍼낼수 있는 단물.
요즘에야 물이 흔해서 물쓰기가 돈쓰기보다 쉽지만 그 옛날 물도 귀하고 또 다른 물도 아닌 이런 단물을 얻기가 어디 쉬웠으리라~ 이 단물 한바가지는 아마도 욕심없는 효심가득한 그런 순수한 총각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단물 구멍을 파려고 할때는 이미 자기 모습을 잃어버린 때였을테니 말이다.
단물의 발견은 다른 사람은 누리지 못하는 행운이기도 하다. 그런 단물을 팔기로 마음 먹으면서부터 단물은 단물로서의 그 순수한 의미보다는 재물로서 보였으리라…. 누구에게나 다 소중한 것이 있게 마련이지만 어떤 것을 위해 사는가를 생각 하게 한다.
총각이 단물을 팔아서 얻으려했던 것이 무엇일까? 어머니를 잘 모시고 잘 살기 위함이었겠지만 총각은 그걸 잊어버리고 오로지 단물을 더 많이 파는 것에만 집착한다. 우리가 어떤 일에 더 의미를 둬야하고 어떤 삶의 기준으로 살아야 하는 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보는 대목이다.
아마도 다시 어머니가 계시는 산골집으로 돌아간 총각은 단물을 팔때보다 더 행복하고 더 즐겁지 않았을까?
그림 풍이 참 특이하게 생각이 들었는데 다색 석판화 방식을 응용한 기법이라고 한다.
인물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면서 배경과 잘 어우러지게 보이게 한다. 마치 원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신경 써서 만든 책임이 눈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