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년 덴마크에서 태어난 한스 크리스티아 안데르센은 극작가로 동화작가로 전세계의 많은 아이들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 ‘안데르센의 동화 스물한 편으로 읽는 안데르센의 일생’이 말해 주듯이, 이 책은 안데르센의 일생을 그리면서, 동시에 안데르센이 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본문 윗부분에서 안데르센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아랫부분에서는 안데르센이 쓴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사실 나는 안데르센이라는 이름을 너무나 많이 듣고, ‘엄지 아가씨’,’벌거벗은 임금님’, ‘미운 오리 새끼’등의 이야기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 이야기들은 대부분 출판사마다 나오는 명작동화 문고판이어서 안데르센의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작가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200년 전에 태어난 분이기도 했지만, 동화세계의 전설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데르센의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볼 수 있었고, 여러 가지 면에서 존경스러운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안데르센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자긍심과 자존감이 높았던 사람인 것 같다. 극단의 감독들이나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데르센의 천재성에 대하여 광기나 지나친 자만심으로 여기고 멸시할 때 조차 안데르센은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신이 꼭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연극의 작은 조연으로 괴물역을 맡았음에도 차례표에서 자신의 이름 주위에 영원히 꺼지지 않을 빛이 둘러져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안데르센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 이어간 점이 인상적이었다. 17살의 나이에 11살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도 열심히 공부한 점이나, 어려운 형편때문에 현실적인 직업을 찾기를 원하는 어머니의 권유를 저버리고 배우가 되기 위해 도시로 와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이 정도의 고생은 마땅히 겪어야 할 것으로 여기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끊임없는 노력에 존경심이 생겼다.
또한 안데르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안데르센의 어머니는 글자를 몰랐지만, 아들에게 옛이야기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믿고 의지해 온 것들을 가르쳤고, 아버지는 매일 밤 ‘아라비안나이트’나 희곡집을 큰소리로 읽어 주곤 하였다. 평생토록 안데르센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책과 이야기와 시 그리고 연극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아주 작은 집에서 생계를 위해 하루종일 바쁘게 일해야만 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의 시간을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모가 뿌린 작은 씨앗이 맺은 풍성한 열매를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인 지 알 수 있다.
본문에 나오듯이 ‘안데르센은 비둘기들 사이의 황새였고, 다른 새 둥지 속의 뻐꾸기였고, 병아리 무리 속의 못 생긴 백조’였다. 나는 이 책을 읽는 어른과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좌절속에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안데르센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어려움속에서 맺은 안데르센의 열매들을 다시 한 번 잘 읽어보아야 겠다는 결심도 더불어 하게 될 것 같다. 책 아랫부분에 있는 안데르센의 작품중에 발췌해 놓은 대목은 그의 인생과 쌍둥이 처럼 닮아 있고, 삶의 진실을 요약해 놓은 경구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