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추리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애거서 크리스티나 코난 도일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 새로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상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내게 있어 영화배우나 인기가수에 버금갈 만큼 멋있었다. 아이가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양한 책을 접했으면 하는 바람에 그동안 창작 동화나 아이가 좋아하는 과학관련 서적을 주로 권했던 것에 더해서 판타지 소설도 함께 권했더니 독서의 즐거움을 더 깊이 알고 빠져드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여기에 과거 유명했던 추리소설을 패러디한 작품이 있기에 나도 궁금하고, 아이에게도 새로운 장르를 소개시켜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어 선택한 「셜록 홈스와 베이커 가의 아이들」을 읽었다.
원작의 작가인 코난 도일의 작품에서 셜록 홈스를 도와주는 역할로 가끔씩 언급했던 아이들이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트레이시 멕과 마이클 시트린이 새롭게 구성한 이 책은 원작이 왓슨 박사의 시점에서 쓰여 진 것에 반해, ‘소년 탐정단’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진다.
서커스단에서 줄타기 묘기를 선보이던 잘린다 형제가 공연 도중 줄이 끊어져 죽은 일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니라 왕실의 중요한 보물인 ‘스튜어트 연대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는 소년 탐정단은 딸아이가 즐겨보는 ‘명탐정 코난’의 꼬마 탐정들을 연상케 한다.
주제가 ‘서커스 살인 사건’인지라 유혈이 낭자한 잔인한 장면이 들어있으면 어쩌나 싶어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눈살을 찌푸릴만한 내용은 전혀 없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의 전개와 처음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톱니바퀴의 맞물린 날처럼 들어맞는 이야기의 구성이 한 번 책을 손에 쥐면 내려놓지 못할 만큼 흡인력이 있다. 그리고 추리소설을 쓸 정도의 내공을 가진 작가들이기에 가능했을 테지만, 대부분 스쳐 지나가는 부분에 놀라운 상상력을 가미해 이토록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바라보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는 세상의 모든 일처럼, 책을 저술하는 이가 누구를 주인공으로 세우는지에 따라 새롭게 보이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때문에 앞으로 출간될 예정인 ‘죽은 남자의 귀환’과 ‘왓슨을 찾아라’도 무척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