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우리 큰공주는 처음으로 무섭다고 하면서 저녁내내 귀를 틀어막고 징징 울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달래도 보았지만, 너무 무서워해서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겨우 잠이 든 우리 큰공주에게 뭔가 좋은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하느님은 목욕을 좋아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아주아주 필요한 책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가격에 대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고, 플랩북이라는 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택배로 책을 받은 순간 놀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이 너무도 무겁고 두꺼워서….. 4~7세용이라고 알려져 있는 책이 이리도 무겁고 두꺼우면 아이들이 어찌 혼자 들고 자주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으며, 하느님이라는 의미에서 그려져 있는 표지의 인물 그림이 인자하시다거나 하는 모습은 절대로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큰공주는 책 표지를 보자마자 보기 싫다고 했을 정도였다. 또한 아주 많은 내용들이 책에 적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들춰보는 재미, 넘겨보는 재미를 아이들에게 솔솔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플랩북으로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용면에 있어서는 한마디로 아주 착하다는 것이다. 우리 큰공주처럼 비가 오는 날, 그것도 천둥 번개가 마구 치는 날이 무서운 아이들에게는 아주 재미있고 멋드러진 이야기로 다가와, 다시는 그렇게 무서워 하지 않을 것이며,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큰공주도 하느님이 목욕을 좋아한다는 제목을 읽어주니 바로 보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쏴아 쏴아 비가 쏟아지는 날 하늘에서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고 이야기는 시작한다. 높고 높은 구름 위에 목욕을 좋아하는 하느님이 살고 계셨고, 하느님은 목욕통을 들고 와서 둘레에 천막을 두르니,구름 아래 세상이 깜깜해지기 시작했으며, 하느님이 첨벙첨벙 목욕통에 뛰어 들어가 물방울을 튀기니 구름아래 세상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목욕을 하시다 비누가 없어서 비누를 가지러 목욕통을 나오려다 우당탕탕 엉덩방아를 찧는 통에 구름아래 세상에는 꽈꽝 꽝꽝꽝 우르르 꽝꽝 천둥 번개가 쳤다는 것이다. 이렇듯 내용 하나하나가 아주 재미있으며, 어린 아이들 일수록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초록잎 아줌마와 하느님이 함께 하시는 모습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호기심을 갖게 만들어 준다…….
오늘처럼 이렇게 계속해서 비가 오는 날이면 어쩜 하느님이 목욕탕에서 열심히 첨벙첨벙 거리며 목욕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 하고 우리 큰공주는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천둥 번개 소리도 이제는 좀처럼 무섭지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