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는 얌전하고 영리한 개다. 사고가 났을 때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물에 들어갔을 때는 말썽꾸러기가 된다. 로라를 키우고 있는 알리스와 에밀이 할아버지 집에 갔을 때 사건은 일어난다. 목욕을 하러 들어간 알리스와 에밀, 그리고 로라가 목욕탕은 물론이고 온 집안을 물로 가득 채우고 결국은 현관밖으로 흘러나와 센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다. 로라는 앞장서서 신나게 짖어대며 떠내려간다. 이 모든 상황을 종료시키는 건 할아버지가 로라에게 아이들을 구조하도록 일깨우면서이다.
욕조의 물이 넘쳐서 집안을 물로 가득 채우고, 문밖으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이 길을 지나고 강을 지나 바다로까지 흘러간다는 상상이 재미난 책이다. 사실 로라가 말썽꾸러기라기보다는 그 상황을 즐거워하며 일을 더 크게 만드는 알리스와 에밀이 더 말썽꾸러기라고 생각되었다.
로라의 잘못이라곤 욕조 안으로 뛰어들어가 물을 넘치게 했다는 것뿐이지 않은가? 물을 틀어놓고, 물바다를 만드는 건 아이들이지 로라가 아닌데도 말썽꾸러기라는 별명이 붙어버렸으니 로라는 억울도 하겠다. 한솔이도 이 책을 읽으면서 ‘로라’보다는 아이들에 더 주목을 했다. 물을 저렇게 하면 안돼요, 라거나 도로로 들어가면 위험해요 라거나 5살치고는 꽤 도덕적인 얘기만 해서 신나고 재미잇을 것 같지는 않냐고 물었더니 무서울 것 같다고만 답한다. 조금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가끔은 이런 상상만으로도 사는 것이 즐거울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