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있었다. 매일 기바란 이름의 개를 데리고서, 노인들의 경기인 게이트볼을 관람시켜주기 위해 가서는 일요일의 한 시간을 써버리고 오는 소녀. 어느 날, 그녀는 거기서 한 멋진 남자를 만나게 된다. 하얀 피부를 가진 키 크고 잘생긴 남자에게 반해, 그녀는 일요일이 새롭게 느껴진다.
가타카와 유코. 꽤 일찍 작가로 등단한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신과 같은 나이인 소녀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책을 한 권 냈다. 바로 캔 커피.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커피를 주는 제일 좋아하는 남자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단발머리 소녀, 차코. 아니, 사코가 본명이겠지만. 이 차코가 겪는 다양한 문제들이 바로 이 책의 묘미일 것이다.
그녀의 삶은 이러하다. 정말 평범해 보이고, 갖출 것은 모두 갖춘 걸로 보이는 가정이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집안. 원래 몸이 좋지 않았으나 넘어진 이후로 급격히 몸이 나빠지다 가족들의 경멸을 받다가 죽은 할아버지.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단짝 친구 도키코의 선언. 그리고, 은색의 캔커피를 준, 조나단이란 이름을 임시로 붙인 사랑의 주인공. 이것이 바로 그녀의 삶이다.
아마 이러한 종류의 소설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무척 당황스러웠다. 무엇을 주제로 한 건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이 책에 대한 묘한 매력을 느꼈다. 한 소녀에게, 평범하지만 다양한 힘든 고민거리를 안겨 주면서 작가는 한꺼번에 문제들을 해결해준다. 그 와중에는 2학년, 곧 입시 준비를 시작하기 직전의 나이에 겪을 수 있는 마지막 고민들을 다룬다. 아마 그녀에게 있어 고등생활이란 2학년 때가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니, 나도 그와 같은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슬프기도 하다.
좋은 소설이었다. 다양한 아픔을 지니고 있던 그녀가,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결국엔 스스로의 모습이란 것을 찾아내었으니 말이다. 언젠가 나에게도 그러한 순간이 찾아왔으면 하고 바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