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뤽스 극장 세 번째 줄의 일곱 번째 좌석. 마린과 마티외는 자신의 아픔을 차마 말하지 못한 채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간다. 이 마음이 위험하다고 느껴질 때쯤, 그러니까 자신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고 느껴질 때. 마티외의 집에서 만난 그들은 차마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밝히는데···
이 책에는 재즈음악과 들어본 적 없는 서양의 고전 영화들이 많이 나온다. 당연한 일이다. 남자와 여자는 수요일만 ‘진정한 영화’를 상영하는 낡은 극장에서 만난데다, 남자는 재즈 바에서 일하는 피아니스트이니까. 고전 영화와 재즈 음악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후에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아, 이 영화가 이런 영향을 주었구나.’ 하고 느끼기는 했지만. 사실 영화의 줄거리들은 간단하게 나오기는 하는데, 관심이 없어서 대충 넘겼다. 읽을 때 그런 것도 하나하나 놓치지 말고 마린과 마티외의 말, 행동 등을 연관지어 보았다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마티외의 집에서 그들이 밝힌 비밀을 여기서 언급할 수 없는 이유는, ‘스포일러’가 되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비밀을 안다고 해서 재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옮긴이가 말하기를 비밀을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나름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비밀을 추리해보는 재미와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의 반전은 참 스릴있다. 그래서 다 읽고 한 번 더 읽어봤는데, 맙소사! 비밀을 알고 나니 그냥 지나쳤던 남녀의 행동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이 책은 남자와 여자의 생각을 다 보여준다. 서로 말은 못하는데 하고 있는 생각이 똑같아서 답답하기도 하다. 자신이 숨긴 사실을 알고 나서 좋아하는 사람이 떠날까봐 조마조마해 한다. 비밀을 알고 나면 그들이 이해되기는 하지만. 책을 다 읽으니 슬프지 않은 잔잔한 감동이 온다. 알 수 없는 따스함도 함께.